한국은행은 작년 순이익이 2조669억원으로 전년(3조8854억원)보다 1조8185억원(46.8%) 감소했다고 28일 밝혔다. 저금리 기조에 따라 유가증권 이자수입이 2조3328억원 줄어든 영향이 컸다.

차현진 한은 기획협력국장은 "한은 자산의 90% 이상이 외화표시 자산으로 구성돼 있는데 최근의 저금리 기조에 따라 이자 수입이 줄었다"며 "앞으로도 2~3년 정도 이런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영업수익은 15조894억원으로 전년보다 3조3369억원 감소했다. 영업비용은 1666억원 줄어든 12조1369억원이었다. 유가증권 매매손이 8943억원 증가했고 통화안정증권 이자는 8120억원 감소했다. 지급수수료는 1493억원 줄었다. 차 국장은 "작년 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라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유가증권 매매손실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눈에 띄는 점은 영업외비용이 1600억원으로 전년(116억원)에 비해 급증한 것이다. 차 국장은 "외환은행 주식매각 손실 1048억원이 반영됐고 몇 년에 한번씩 사내복지기금에 출연하는데 지난해 450억원이 들어갔다"고 밝혔다.

한은의 은행권(화폐) 발행잔액은 지난해말 기준 61조1000억원으로 전년말대비 9조원 증가했다. 5만원권은 7조9000억원 증가해 2009년 이후 고액권 중심의 화폐수요 증가세가 지속됐다. 은행권 발행잔액 중 5만원권 비중은 66.6%로 전년말 대비 3.7%포인트 상승했다. 5만원권에 1만원권을 포함시킨 고액권 비중은 2009년말 93.7%에서 지난해말 95.8%로 높아졌다.

한은은 5만원권 발행 증가에 대해 기존 1만원권과 자기앞수표 대체현상이 지속되고 있으며 저금리가 상당기간 지속되면서 경제주체의 화폐 보유성향이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 이후 세원 노출을 꺼리는 고소득자들의 5만원권 사용이 크게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이같은 고액권 중심의 화폐수요 증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에서도 나타난 공통적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고액권 비중은 미국이 2009년 80.2%에서 지난해말 83.4%, 유럽은 89.9%에서 90.4%, 일본은 94.8%에서 95.1%로 높아졌다. 경제불확실성에 따라 다른 나라에서도 현금수요가 늘어났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