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017670)이 27일 삼성전자(005930)의 새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5를 국내 최초로 출시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갤럭시S5’의 조기 출시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 신종균 삼성전자 IM(IT·모바일)부문 사장의 말을 불과 하루 만에 뒤집은 셈이다. 신 사장은 하루전인 2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삼성전자가 국내 1위 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의 영업정지일을 피해 ‘갤럭시S5’가 이달 27일 경에 조기 출시할 것이라는 항간의 소문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며 부인했다. SK텔레콤이 갤럭시S5를 조기에 출시한다고 발표하면서 45일간의 영업정지에 들어간 KT(030200)LG유플러스(032640)도 출시 대열에 따라 나섰다.

삼성전자와 통신업계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SK텔레콤은 이날 삼성전자에 출시 결정을 통보하지 않은채 조기 출시를 독단적으로 강행했다. SK텔레콤은 갤럭시S5의 조기 출시를 놓고 삼성전자와 협의를 벌여왔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마지막까지 조기 출시를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고객에게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갤럭시S5를 선보이기 위해 판매를 강행했다”며 “삼성전자가 조기출시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당혹스럽다”는 반응만 내놓을 뿐 공식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삼성전자가 SK텔레콤의 갤럭시S5 출시 강행을 놓고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14'에서 25일(현지시각) 하성민 SK텔레콤 하성민(왼쪽) 사장과 삼성전자 신종균 사장이 삼성전자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 SK텔레콤, 삼성전자 반대에도 조기 출시 ‘강행’…”스스로 결정한 일”

SK텔레콤이 갤럭시S5 판매에 나서면서 KT와 LG유플러스도 대열에 가세했다.

KT(030200)는 다음달 26일까지, LG유플러스(032640)는 1차로 다음달 4일까지 영업정지에 들어간 상태다.

현재 상황에선 SK텔레콤에서만 유일하게 갤럭시S5 출시에 맞춰 신규 가입과 번호이동, 기기변경이 가능하다. SK텔레콤이 기선을 잡기에 유리한 상황이다. SK텔레콤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영업정지 이전 주말이 포함된 1주일 정도 기간에 갤럭시S5의 판매를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갤럭시S5' 해부도

다음달 5일부터 45일간 영업정지에 들어가야 하는 SK텔레콤의 입장에선 경쟁사 영업정지 기간에 가입자를 바짝 늘려놔야 하는 상황. 만에 하나 갤럭시S5가 원래 예정대로 다음달 11일 출시될 경우 갤럭시S5의 신제품 효과를 KT와 LG유플러스에 고스란히 빼앗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조기 출시와는 별개로 4월 11일 출시일정에 맞춰 초도물량을 받은 게 있다”며 “초도물량이라 수량은 많지 않지만 영업정지 기간 전 가입자에게 보급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 ‘유감’표명…표정 관리하나

회사 최고위급 임원의 약속이 하루만에 깨진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별다른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짧막히 유감스럽다는 의견만 표명했을 뿐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조기출시는 없다는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고 SK텔레콤의 출시 강행에 당황스럽고 유감스럽다”며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며 회사의 공식입장이나 대응 방안이 나오는대로 밝히겠다”고만 밝혔다.

통신업계 일각에선 SK텔레콤의 판매 강행 결정에 대해 삼성전자가 모를리 없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이동통신시장 점유율 50%를 넘는 1위 사업자이지만 세계 1위 휴대폰 회사인 삼성전자가 눈감아 주지 않는 한 단독으로 신제품 판매 강행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초기물량 수천대만 확보한 상태에선 출시를 강행할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역시 이동통신 3사에 내려진 뜻밖의 최장기간 영업정지로 새 전략폰의 출시효과가 반감되지 않도록 출시 방법에 대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3월 중순쯤 국내에 두번째 전략 스마트폰 ‘엑스페리아Z2’를 출시하려다 무산된 소니도 이번 영업정지 기간 중 이동통신 3사 가운데 어느 통신사를 통해 출시할 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관련 업계는 정부가 이동통신사를 잡기 위해 이번에 내린 45일간의 영업정지 명령이 제조사와 영세 대리점·판매점에 불필요한 피해를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스마트폰 제조사 관계자는 “이통사에 대한 영업정지가 시작되면서 이미 스마트폰 판매량이 3분의 1로 급감했다”며 “통신사 제재가 장기화하면서 제조사와 스마트폰 유통 생태계가 입을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