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회관 전경.

대표적인 재계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이하 전경련)이 새로 단장한 ‘전경련 회관(FKI빌딩)’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지난해 12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신축 준공식을 열었지만, 석달이 지나도록 사무실 임대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절반 이상의 사무실이 비어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21일 현재 절반 이상의 사무실이 비어있는 상태다. 지하 6층, 지상 50층에 연면적 16만8000m²의 전경련회관에는 약 2200억원의 신축비용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 회관에 입주한 기업은 LG그룹의 LG CNS가 유일하다. LG CNS는 지상 50개층 중 20~33층(13개층)을 사용하고 있다. 전경련이 사용하고 있는 4개층(44~47층)을 제외한 나머지 사무실은 여전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전경련은 신축 회관에서 매년 300억원의 임대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준공 첫해부터 이 기대는 어긋나고 있다.

전경련은 건물 신축을 위해 차입한 자금의 이자비용만 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해 사업예산이 250억원에 불과한 전경련으로서는 임대수입이 원활하게 들어오지 않을 경우, 이 비용을 대는 것도 버거운 상황. 이 때문에 전경련은 회원사를 상대로 사무실 임대 의사를 타진하고 있지만, 임대 요청을 선뜻 받아들인 회원사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전경련 회관의 임대가 원활하지 않는 이유로 ‘비싼 임대료’를 꼽고 있다. 신축 전경련회관은 높이가 245m로 여의도 63빌딩과 동일하다. 이 때문에 ‘프리미엄급 오피스’로 분류된다. 30층 이상 고층부의 임대료가 3.3m 당 10만원(매월) 수준에 이를 정도로 비싼 축에 속한다.

한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전경련 회관 같은 초고층 빌딩은 건물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임대료를 높게 책정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전경련이 재계 대표라는 위상 때문에 입주기업을 가려서 받을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경련 측은 ‘임대료 조건에 대한 시각차 때문에 협상에 어려움이 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임대료를 조금 낮추면 입주를 하겠다는 기업들이 여럿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입주 수요가 없는 것이 아니라 가격 협상 과정 중의 시각차 때문에 임대가 늦어지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전경련 회관의 입지(立地) 조건이 임대 부진의 한 원인이라는 시각도 있다. 여의도에서 영등포 방향으로 가는 서울교 인근에 있는 전경련회관은 여의도 중심인 증권가(街)와 걸어서 족히 10분은 걸리는 위치에 있다. 증권업계와의 원활한 네트워킹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여의도 입주 희망 기업들에게 전경련회관이 매력적인 입지조건은 아니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시각이다.

여의도 전체 오피스 빌딩 공실률이 높다는 점도 전경련회관 임대에 난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 지역의 오피스 공실률은 20% 이상이다. 지난 2012년 11월에 완공한 국제금융센터(IFC) 오피스 빌딩 3개 동(棟) 중 2개 동은 아직도 비어있는 사무실이 많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당수 기업들이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서울 외각 등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주된 요인이다.

그러나 전경련회관이 준공 3개월째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보통 고층빌딩들은 임대가 완료될 때까지 약 2년 가량의 기간이 소요된다”면서 “전경련회관도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임대난(難)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경련 관계자도 “준공된지 3개월 째라는 점을 감안하면 임대부진에 대한 외부의 걱정스런 시각이 좀 지나친 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