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분야 개방을 놓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17일부터 21일까지 5일간 한·중 FTA 10차 협상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에서 양측은 상품분야 양허, 서비스·투자 분야, 규범·협력 분야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가장 많은 관심이 집중된 상품분야 양허 협상은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우리 측은 제조업 중심의 대(對)중 수출 공략품목에 대한 조기 관세 철폐를 요구했고, 중국 측은 농수산물에 대한 양허 확대를 주장했다.

상품 양허는 크게 일반품목군, 민감품목군, 초민감품목군의 세 가지로 나눠진다. 일반품목군은 관세가 즉시 철폐 또는 10년 이내 철폐, 민감품목군은 10년~20년 철폐, 초민감품목군은 양허제외 또는 관세부분감축 등을 적용받게 된다.

한국은 석유화학과 기계, IT(디스플레이, 컴퓨터 등)를 일반품목군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중국은 석유화학, 철강, 기계 등은 초민감품목에 넣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반면 농수산물은 한국이 초민감품목에 넣자고 주장하는 반면 중국은 일반품목군에 넣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이 주력 수출 품목의 관세를 최대한 빨리 없애기 위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한중 FTA 10차 협상 상품 양허 분야 주요 쟁점.

한국 입장에서는 농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농수산물에 대한 양허 확대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상대방의 입장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논의가 그친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구체적인 품목별 처리방식을 협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상품분야 외에 다른 분야에서도 한·중 양국의 입장차이가 이어지고 있다. 서비스·투자 분야에서는 한국이 네거티브(Negative) 방식으로 자유화하자고 주장하고 있고, 중국은 포지티브(Positive)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네거티브 방식은 원칙적으로 모든 품목의 자유화를 허용하되 일부 품목이나 서비스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포지티브 방식은 반대로 원칙적으로 다 금지시키되 일부 예외 사항만 허용해주는 것이다.

원산지·통관 분야에서 한국은 중국이 통관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고, 중국은 관세당국의 권한이 제한될 우려가 있다고 맞서고 있다. 중국은 기술표준(TBT), 경쟁, 환경 등의 분야에서도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는 반면, 한국은 비교적 높은 수준의 규정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