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KB금융지주 본점 전경. KB금융그룹은 통합사옥이 없어 11개 계열사가 서울 각지에 분산돼 있다.

KB금융(105560)그룹이 지난해 서울 중심지역에 통합사옥을 구하기 직전까지 갔다가 막판에 무산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KB금융그룹은 작년말 총자산이 291조원에 달하는 거대기업이지만 변변한 사옥이 없어 통합사옥을 마련하는 게 과거 수년간 최대 과제 중 하나였습니다. KB금융 최대 계열사인 국민은행 직원들은 명동과 여의도의 4개 건물에 나뉘어 있을 정도입니다. KB금융은 왜 통합사옥의 꿈을 막판에 접었을까요.

금융권에 따르면 GS건설(006360)은 자신들이 시공한 한 대형 오피스 건물에 KB금융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합니다. GS건설은 이 사업장의 지분을 갖고 직접 사업을 진행하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업권을 다른 곳으로 넘겼습니다. 대신 도급을 받아 계속 공사를 진행했는데 입주사 모집까지 맡기로 계약을 맺었습니다. 임차인이 빨리 채워져야 공사비를 제때 받을 수 있으니 GS건설 입장에선 임차인 구하는 게 급선무였죠.

KB금융은 이 건물로 이전할 지를 막판까지 고민했다고 합니다. 서울 중심지역이어서 교통이 편리하고 사무실 규모도 커 상당수 계열사가 쓰기에 적합했기 때문입니다. 이 건물은 총 24층짜리로 4층부터 24층까지가 사무실 건물입니다. 4층부터 24층까지 사무실 면적은 총 7만3582㎡(약 2만2258평·계약면적 기준)로 축구장 면적(7140㎡)의 약 10배에 달합니다.

KB금융이 통합사옥으로 이 건물을 포기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풍수(風水)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건물과 가까운 곳에 과거 조선시대 때 중죄인을 신문(訊問)하는 의금부가 있었는데 원혼이 머물고 있어 풍수적으로 기운이 센 곳이라는 것이죠. KB금융 내부에서도 이를 두고 논란이 있었는데 당시 KB금융 경영진은 고심 끝에 입주를 포기했다고 합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시 사장이었던 임영록 KB금융 회장도 풍수 얘기를 듣고 망설였던 것으로 안다”고 했습니다.

물론 풍수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았을 겁니다. 금융사들은 대로변과 바로 붙어있는 곳을 본점으로 선호하는데 이 건물은 대로변과 약간 틀어져 있습니다. 유명 풍수학자인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는 “사람이 잘못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지 터가 나쁜 것은 없다. 도시 풍수에선 땅값이 비싼 곳이 가장 좋은 곳이다. (KB금융이 포기했던) 그 땅도 땅값이 비쌀 텐데 그럼 결국 좋은 땅이다”라고 합니다. 실제 이 건물엔 올 5월부터 국내 주요 시중은행 중 한곳이 입주할 예정입니다.

KB금융은 당분간 통합사옥 없이 지금처럼 지낼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 중구의 한 재개발 지역을 후보지로 보고 있지만 재개발 사업이 끝나려면 최소 10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이죠. 풍수에 민감한 KB금융이 통합사옥을 갖게 되면 그곳은 최고의 명당 자리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