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약세라는 바람이 계속되고 있다. 환율 변동 폭을 확대한 이후 위안화는 1% 넘게 가치가 하락했다. 우리 기업들은 안전할까. 국내 증권사들은 연달아 국내 기업이 받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우리 기업의 대 중국 수출 물량의 70% 가량이 중국에서 2차 가공 돼 해외로 나가기 때문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 헤지(hedge·위험회피)가 여의치 않은 위안화로 결제 대금을 지급하거나, 지난해 고금리인 위안화 예금을 크게 늘렸던 기업들은 위안화 약세로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환 헤지, 비상걸린 기업

19일 미국 달러화에 대한 중국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한 때 6.18986위안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이날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이 고시한 기준환율인 6.1351위안보다 1.03% 낮은 수치다.

눈앞에 빨간 불이 켜진 곳은 위안화로 결제 대금을 지급하는 수출 기업이다. 무역 거래의 결제 통화로 사용되려면 환 위험을 헤지하는 파생금융상품이 많아야 하지만, 중국의 경우 폐쇄적 금융 시스템 탓에 이런 부분이 거의 발달하지 못했다. 최근 홍콩을 중심으로 관련 상품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위안화의 무역결제를 촉진하는 차원으로 규모도 작고 수도 많지 않다.

환 헤지를 해도 문제는 남는다. 위안화 약세가 계속되거나 가격 변동폭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악재이기 때문이다. 당초 중국은 7%의 성장률을 유지하는 나라인데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이 양적완화로 푼 돈이 중국으로 유입되며 ‘위안화=절상화폐’ 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의 절하는 앞으로 위안화가 어디로 움직일지 모른다는 신호를 외환 시장에 던졌고, 이때문에 기업이 받는 환 위험은 더 커지고 있다.

더욱이 위안화의 경우 환가료(환율변동위험 수수료)가 달러에 비해 2% 가량 높다. 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없기 때문에 원화를 달러로 바꾼후, 이를 다시 위안화로 전환해야 해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진다.

또 다른 위험 요소는 늘어난 위안화 예금이다. 이제껏 위안화가 꾸준히 절상돼왔기 때문에 고금리와, 환 헤지를 목적으로 중국 예금을 많이 해 두는 기업들이 있었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이 금액은 약 70억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최근 위안화 절하로 기업들이 받는 돈도 그만큼 줄게 된다.

수출 자체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위안화가 1% 절상될 때마다 우리 기업의 대 중 수출이 0.1% 가량 늘어난다. 중국의 위안화 약세는 중국 입장에서 수입 물품의 가격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에 수입을 줄일 수 있다. 중국이 우리 기업의 전체 수출액(5597억 달러)의 26%를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무역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위안화 어떻게 움직일까

위안화의 미래를 두고는 갑론을박이 많다. 현재까지 증시와 외환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약세를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를 추적하기 위해서는 절상된 시기와 약세를 보이는 현재의 차이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위안화가 꾸준히 강세를 보였던 이유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 양적완화(채권 등을 매입해 돈을 푸는 것)를 한 자금이 중국으로 몰려왔기 때문이다. 중국이 7% 안팎의 성장을 계속하는 전세계의 유일한 나라였기 때문에, 수출입 등의 형태를 빌어 장기자금이 꾸준히 중국으로 몰린 것이다. 또한 미국에서 돈을 풀어 금리가 낮아지자, 긴축 정책을 실시한 중국의 금리의 상대적인 매력도 부각됐다. 자연히 핫머니(단기자금)도 중국 시장을 향했다.

그러나 테이퍼링이 진행되며, 미국 금리가 상승할 조짐을 보이자 이런 금리 차이의 매력은 사라졌고 위안화 절상이 멈칫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지난 14일 런민은행은 기다렸다는 듯 위안화 환율 변동폭을 ±1%에서 ±2%로 확대했다.

결론적으로 중국의 이런 통화 조절은 의도적이기 때문에 걱정할 것이 없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다. 만약 위안화가 계속 강세를 보일 때, 변동폭을 확대했다면 중국 수출 기업들이 입는 타격은 천정부지로 커졌을 것이다. 그러나 테이퍼링으로 인해 환율 변동폭을 올려놔도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절하 압력이 계속되기 때문에, 중국은 기업의 타격을 줄이면서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중국은 3조7000억 달러라는 외환 보유액을 가지고 있다. 안유화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은 언제든지 돈을 풀어 위안화 약세 기조를 강세로 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며 “최근의 위안화 약세가 중국 정부의 의도아래 진행되고 있는 것인만큼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