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내정자는 19일 "경제가 저성장 기조인 지금, 물가와 성장이 균형 있는 조합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내정자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은 총재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국민 경제 관점에서 어떤 선택이 최선인지 염두에 두면서 정책을 운용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내정자는 한은의 역할에 대해 "물가안정은 변함 없는 가치"라고 전제한 뒤 물가와 성장의 균형있는 조합을 언급했다. 이 내정자는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금융안정 도모를 위해 중앙은행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고 말했다.

이 내정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6년째 되는 지금도 세계 경제는 여전히 불확실하고 유동적이다"며 "고도성장 과정에서 누적된 내부적 불균형에 더해 양적완화 축소 정책에 따른 금융불안이 신흥국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적으로도 경제활동인구 증가세가 둔화되고 기업 투자가 늘지 않아 우리도 일본과 같은 장기 불황에 빠지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며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나눠지지 않아 산업간, 기업간, 개인간 소득과 부의 격차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가계소비는 민간소비를 제약해 성장에 부담을 주고 부동산 등 정책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내정자는 설훈 민주당 의원이 "한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를 4가지 꼽아보라"는 질의에 대해서도 "성장잠재력 떨어지는 게 문제, 산업간 기업간 등 각 부문간 양극화 현상 심화, 부채가 우리 경제 여력에 비해 과다하다는 과다부채 문제"라고 답했다.

이 내정자는 한은이 그동안 시장과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시장의 신뢰를 얻지도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의 "중앙은행의 약발이 안 먹힌다는 얘기가 있다"는 질의에 대해 "(한은이) 시장의 신뢰를 충분히 얻지 못했다"며 "그 이유는 저희들이 약속한 대로 이행하지 않는 것 같다고 시장에서 평가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하는 반성을 해야 할 부분이다"고 밝혔다.

그는 작년에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후 열린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가 동결된 것에 대해 "작년 4월에 시장에서 금리인하 기대가 형성된 것은 중앙은행이 그런 시그널을 줬기 때문"이라며 "그 기대와 어긋났다고 시장에서 평가하는 것을 보면 소통에 문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가계부채 총량도 늘어났으나 내용을 뜯어보면 질, 구성에 대해 우려할 부분이 많다"며 "한계가구 계층과 다른 계층의 문제를 각도를 달리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계부채를 금리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내정자는 "저소득층의 가계문제는 금리 정책보다는 사회안전망 정책으로 정부가 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고용,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고 이를 경제정책의 최우선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유럽 등 중앙은행들이 시행하고 있는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안내)에 대해서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이고 정책수단이다"며 "우리나라는 (선진국들과) 처한 환경이 다르지만 필요에 따라서 포워드 가이던스를 좀 생각해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날 인사청문회는 유례없이 개인 신상에 대한 질문이 거의 없이 정책 검증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 내정자는 한은 업무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의원들의 질의에 침착하게 답했으며 의원들도 이 내정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