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과 현대백화점의 투하자본순이익률(ROIC). 실제 영업활동에 투입한 자산으로 영업이익을 얼마나 거뒀는지 나타낸다. 해가 갈수록 투하자본순이익률이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올 1월 매출이 크게 늘었던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2월 매출이 크게 줄거나 소폭 성장하는데 그쳤다. 일각에선 대표 내수 업종인 백화점과 마트의 1월 매출이 급증하자 국내 내수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내수 경기 회복이 아니라 구정연휴가 빨라진 데 따른 착시(錯視) 효과였다. 유통업계는 올해 목표치 달성이 어렵다며 비상경영 체제를 강화하는 등 고삐를 단단히 죄고 있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업계 1위 이마트(139480)의 2월 매출은 7388억원으로 전년 같은달보다 21.1% 줄었다. 1월보다도 31.3% 감소했다. 영업이익 감소폭은 더욱 가파랐다. 영업이익은 208억원으로 전년 같은달보다 66% 줄었다. 1월보다는 78% 감소했다.

2위 홈플러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홈플러스의 2월 매출은 전년 같은기간보다 22.4% 줄었다. 롯데마트도 2월 매출은 전년 같은달보다 24.6% 감소했다. 롯데마트는 1~2월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기간보다 약 7~10% 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요 백화점의 2월 매출 신장률도 다소 미흡했다. 롯데백화점은 2월 기존점 기준 매출 신장률이 전년 같은달보다 3.4%에 머물렀다. 현대·갤러리아도 2월 매출이 각각 3.1%, 1.5%(명품관 제외)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 1월 국내 ‘빅4(롯데·현대·신세계·갤러리아) 백화점’의 1월 매출은 전년 1월보다 최고 12% 가까이 급증했다. 신규점포를 제외한 기존점 기준으로도 8% 가량 늘었다.

백화점들은 2월 매출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 패션대전을 서둘러 준비하는 등 대대적인 세일에 나섰었다. 이 때문에 2월 매출 신장은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가다.

현대백화점(069960)관계자는 “윤달 영향으로 가을 결혼 수요가 봄철로 몰리며 혼수용품인 가구와 가전의 가정용품 매출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일부 유통채널들은 비상경영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올해 매출 신장률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세계미래정책연구소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올해 성장률은 3.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백화점은 올해 4.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롯데마트는 올 상반기부터 신규 채용을 최소화하고 비용을 줄이는 등 비상경영체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노병용 사장은 순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이 계속되면 올해 세운 목표치 달성이 힘들다며 임원회의에서 허리띠를 졸라맬 것을 주문했다. 소모적 비용을 줄이고 인력 측면에서도 신규 채용을 최소화한다. 롯데마트 뿐만 아니라 이마트 홈플러스 등도 불필요한 비용 줄이기에 나설 계획이다.

갤러리아백화점 등 일부 백화점은 수익성이 좋은 직매입 매장을 크게 늘렸다. 압구정 본점 서관 재개장을 하면서 직매입 비중(면적 기준)을 5%에서 30%로 늘렸다. 75개 직매입 브랜드는 100개까지 늘었다.

국내 백화점은 수수료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수수료가 줄면 바로 실적 악화로 이어진다. ‘빅3’ 백화점(롯데, 신세계, 현대)의 수수료는 매장 매출의 30~38%다. 매장 매출 1억원 중 평균 3500만원쯤이 백화점 몫이다. 직매입 방식으로 바꾸면 수수료 수입이 4500만~6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소비가 진작된다고는 하지만 해외직구와 병행 수입 등으로 전통적인 유통채널인 백화점 마트들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직매입 비중을 늘리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