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해외 채권과 중소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중소형주란 보통 시가총액 기준 100위 미만 기업의 주식을 말한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중소형 기업의 시가총액 비중이 약 20% 수준인데, 국내 주식형 펀드가 중소형주를 자산의 20% 넘게 담고 있으면 중소형주에 많이 투자하는 펀드로 볼 수 있는 셈이다.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의뢰해 단기금융상품(MMF)과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연초부터 지난 17일까지 자금이 몰린 펀드를 조사한 결과, 해외 채권과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펀드가 인기 상품으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시중은행의 정기 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준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상품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말한다.

국내 중소형주·해외 선진국 채권에 투자 많은 펀드로 자금 몰려

올해 1000억원 이상 자금이 들어온 상품은 총 14개, 자금 규모는 2조2996억원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해외 채권과 국내 중소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으로 들어온 자금은 각각 7806억원, 4507억원으로 조사됐다. 총 유입 자금의 53% 수준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는 '한국밸류10년투자 1(주식)(C)'가 인기를 끌었다. 올 들어 1372억원이 유입됐다. 이 펀드는 운용사에서 저평가됐다고 판단하는 주식을 사뒀다가 가격이 오르면 파는 상품이다.

해외 채권형 펀드 중에서는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으로 자금이 몰렸다. 'JP모간단기하이일드자(채권)A'에는 2859억원이 유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시중은행 정기 예금 금리가 3% 아래로 떨어지자, 투자자들이 원금 손실 위험을 적당히 감수하더라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중위험 중수익' 상품에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기 펀드 1년 수익률 시중은행 금리의 2~5배

투자자들이 몰린 인기 펀드의 1년간 수익률은 시중은행 정기 예금 금리(2%대 중반)의 두 배가량을 웃돌았다. 'JP모간단기하이일드자(채권)A'는 지난 1년간 5.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2.0%였던 것과 비교하면 좋은 성적이다.

오광영 연구원은 "지난해 선진국의 경기 호조로 해외 비우량채에 투자하는 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은행 금리에 만족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나 일본에서 비우량 기업으로 분류되는 BBB등급 이하 하이일드 기업은 우리나라로 따지면 A등급 이상의 우량한 기업 수준이기 때문에 위험도가 높은 투자라고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밸류10년투자 1(주식)(C)'의 1년 수익률도 12.1%에 달했다. 이 상품들이 올린 올해 수익률 수준도 나쁘지 않았다. 각각 1.2%, -0.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올해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3.8%였다. 이주용 한국밸류운용 마케팅 팀장은 "투자자들이 단기간 고수익을 올리는 상품보다는 조금 낮더라도 꾸준히 수익률을 내는 상품에 주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수익률 높아도 대형 운용사 중소형주 펀드에선 자금 이탈

반면 대형 운용사 중소형주 펀드는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도 자금 이탈을 막지 못했다.

'미래에셋성장유망중소형주증권자투자신탁 1(주식)종류C5'는 올 들어 8.5%의 수익률을 올렸다. '한국투자중소밸류증권투자신탁(주식)(A)'도 4.1%의 수익률을 거뒀다. 이 상품들은 지난 5년간 각각 101.5%, 14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올해 이 상품에서 각각 11억원, 5억원 빼갔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투자자가 한 펀드에 오래 투자해 원하는 수준의 수익률을 올리면 돈을 빼서 다른 상품에 투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