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융권 종사자(계약직원 포함)가 4400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저금리 기조와 경기 불황 여파로 수익이 줄어든 금융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조직을 축소한 결과다. 연간 기준으로 금융사 임직원이 줄어든 것은 2010년 이후 3년만이다. 감소 인원은 2003년 카드사태로 카드사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했던 2004년 이후 9년만에 최대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은행·저축은행·신협·보험사·증권사·선물회사·자산운용사·종금사·카드사·여신전문금융회사 등 전체 금융권 임직원 수는 29만5594명으로 2012년 말보다 4400명 감소했다.

금융권 임직원 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과 2010년에 각각 2892명, 1542명 줄었다가 2011년과 2012년에는 4791명과 7888명 늘었었다. 카드사태 직후인 2004년엔 카드사 직원 4800명을 포함해 1만1991명이 감소했었다.

업권별로는 금융권에서 작년에 가장 어려웠던 증권사의 감소폭이 가장 컸다. 증권사 임직원수는 2012년말 4만2641명에서 작년말 4만206명으로 2435명 줄었다. 증권사의 경우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의 순이익은 총 1조2337억원이었지만 작년 4월부터 12월까지 누적 실적은 1098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동양증권과 한맥증권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고 미국 양적완화 축소로 금리가 오르면서 보유채권의 평가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순이익은 2007년 4조4098억원을 기록한 후 줄곧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 1월부터 3월까지 실적을 반영한 2013회계연도의 순이익은 2004년(3049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은행 임직원수는 13만7611명에서 13만5259명으로 2352명 감소했고 그 다음으로 저축은행(650명), 선물회사(482명), 신협(297) 순이었다. 작년말 기준 전체 선물회사 임직원수는 539명으로 2003년 통계작성 이후 숫자가 가장 적었다. 반면 손해보험사 임직원 수는 2012년말 3만2438명에서 작년말 3만3479명으로 1041명 늘었고 생명보험사 임직원 수도 이 기간에 2만9717명에서 3만380명으로 663명 증가했다.

작년 은행권의 순이익도 4조원에 그쳐 2012년(8조6813억원)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저금리 영향으로 이자 이익이 줄었고 부실 기업이 늘면서 충당금을 대거 적립한 탓이다. 작년 은행권의 순이익은 2003년(1조6819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저축은행업계는 2008회계연도 이후 줄곧 순손실을 기록중이며 2013회계연도 상반기(2013년 7월~12월)에도 적자를 기록했다.

금융권의 조직 슬림화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이미 사장직을 폐쇄하고 임원 수를 줄이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하나금융지주(086790)는 올해 지주 사장직을 없애면서 임원수도 12명에서 9명으로 줄였다. 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은 작년에 조직 개편을 통해 본점 조직과 인원을 줄였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올해 정규직 채용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줄일 예정이다. 작년에 245명의 대졸 정규직을 뽑았던 모은행은 올해 채용 규모를 150명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다른 시중은행들은 올해 채용 규모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익이 줄어들어도 신입직원은 계속 채용해야 하지만 과거처럼 대규모로 뽑는 시절은 지났다”며 “많이 뽑아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