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에 있는 산업은행 전경.

산업은행이 이르면 이달 말 현대상선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증권의 매각 절차에 착수한다. 현대상선은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사업 지분 100%를 IMM인베스트먼트에 1조1000억원에 넘기는 작업도 이르면 이달 중 마무리할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현대증권과 LNG 운송사업 지분 매각이 완료되면 현대그룹의 유동성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은행은 또 한국신용평가(한신평)가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지스틱스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강등한 것에 대해 자구계획을 이행하는데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현대증권 매각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신탁회사에 현대증권 지분을 넘기고 공개매각을 통해 인수자를 찾을 계획이다. 현대증권은 지분을 신탁회사에 넘기고 수익권은 특수목적법인(SPC)에 넘기는 조건으로 SPC한테서 대금을 받고, SPC에 대금을 대출한 은행들은 담보물을 처분하는 방식으로 현대증권 지분을 제3자에 매각할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당초 사모펀드(PEF)를 조성해 현대증권을 인수한 뒤 다시 시장에 내다파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방식을 바꿨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PEF로 현대증권을 인수하면 인수 후 6개월간 매각이 금지돼 공개매각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이르면 이달 말부터 SPC 설립, 신탁회사로의 지분 이전 등 매각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 LNG 운송사업을 IMM인베스트먼트에 넘기는 작업도 이르면 이달 중 마무리될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IMM이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이르면 이달 중 계약이 체결될 예정으로 안다”고 말했다. 채권단 관계자도 “현재 마무리 협상이 진행 중이라 이달 중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한신평이 현대그룹 주요 계열사 3곳의 신용등급을 투기 등급으로 강등한 게 자구계획을 달성하는데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신평은 현대그룹의 자구계획에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현대상선·현대엘리베이터·현대로지스틱스의 신용등급을 BB+로 3단계 하향 조정했다. 한신평, 현대상선·엘리베이터·로지스틱스투기등급으로강등’ 기사 참고>

산업은행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자금조달 비용이 올라 다소 영향이 있겠지만 회사 규모에 비하면 크지 않은 수준”이라며 “현대상선이 현재 보유한 현금도 있고 현대증권 등의 지분을 매각하면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이 1000%를 넘어서 공모사채 보유자들이 기한이익 상실을 선언하고 원금이 이자를 회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산업은행은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현대상선이 공모사채를 발행하면서 작성한 ‘사채모집위탁계약서’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원리금 지급의무 이행이 완료될 때까지 부채비율을 100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현대상선의 작년말 기준 부채비율은 1396.9%로 사채권자들은 조기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회사채 투자자들이 기한이익 상실을 선언하면 회사는 유동성 위기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갈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기한이익 상실을 선언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구조조정이 차질 없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신용등급이 하락한 것에 대해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해운업계는 업계 특성상 선박을 만드는 것 자체가 부채여서 부채비율이 1000%를 넘는 것 만으로 다른 업종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자구계획 3조3000억원 중 이미 1조5000억원을 마련했는데 이런 점이 반영이 안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