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희망자의 아이디어를 깎고 다듬어 사람을 소개해주며 사업 성공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스타트업(초기단계 벤처) 벤처투자자들. 이들은 1990년대 후반 벤처 열풍 속에서 사업계획서 한 두 장만 보고 수십억원씩 투자했던 벤처캐피털과 다르게 사업 초기부터 창업자와 유기적인 지원을 통해 사업 초기부터 성공확률을 높인다. 게다가 스타트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단계에 따른 추가투자를 알선해주기도 한다. 이들은 대부분 1세대 벤처인으로 크고 작은 성공을 후배들과 나눠간다는 공통점도 있다. 민간에서 자생적인 창업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스타트업 벤처투자자들. 이들은 무엇을 보고 어떤 아이디어에 투자를 하는 지 알아봤다.

◆ 장병규 본엔젤스 대표 "민간 주도 벤처 투자 환경 만드는데 앞장서겠다"

본엔젤스 장병규 대표는 2010년 국내 최초 초기기업 투자전문회사 본엔젤스를 설립했다.

SK플래닛의 매스스마트 인수, 네이버의 번개장터 인수, 카카오의 씽크리얼스 인수, KT의 엔써즈 인수, NHN의 미투데이 인수…. 최근 몇 년 새 이뤄진, 국내에서 보기 힘든 벤처기업 인수합병(M&A) 뒤에는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가 있다.

네오위즈 창업자 출신인 장병규 본엔젤스 대표는 2006년 검색 전문업체 '첫눈'을 NHN에 팔고 엔젤·벤처투자자의 길로 들어섰다. 첫눈 매각으로 300억원이 넘는 돈을 거머쥔 장 대표는 이후 알음알음 아이디어 수준의 벤처에 투자를 시작하다 2010년 50억원의 자본금으로 국내 최초의 스타트업 투자전문회사인 본엔젤스를 설립했다.

2010년부터 본엔젤스가 공식적으로 투자했다고 밝힌 기업은 22개, 총 투자액은 73억원에 달한다. 지난해는 민간자본으로만 구성된 페이스메이커 펀드를 조성해 민간 주도의 벤처투자 환경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또 최근에는 중소기업청이 민간투자 주도형 창업지원 사업 운영사에 선정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본엔젤스의 등장으로 벤처 투자 방식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전에는 벤처투자라고 하면 한번에 수십억원을 투자해 코스닥시장 등록 등 기업공개를 통해 창투사들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었다. 100곳에 투자하면 90% 이상 망하고 나머지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게 벤처투자의 정석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본엔젤스는 초기 단계에 소액을 투자하고 기업의 성장 정도에 따라 인사, 재무, 회계 등을 지원하며 필요할 경우 대기업에 매각을 알선하는 등 투자 방식을 달리했다. 투자금이 적으니 투자할 수 있는 업체가 더 많아질 수 있고 성공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는 것이다.

본엔젤스를 이끌어가는 파트너 3명의 실전 경력도 탄탄하다. 장 대표는 1997년 네오위즈 창업자 출신으로 첫눈을 매각하며 초기단계 벤처투자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간파했다. 파트너로 합류한 창업가 출신 강석흔 이사와 애널리스트 출신 송인애 이사도 업계 경험이 풍부하다. 장 대표는 "투자 결정은 파트너 3명의 만장일치로 이루어진다"며 "파트너들도 실수를 하기 때문에 실수를 견제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투자회사 선정은 지인과 각종 네트워킹 자리, 창업 희망자가 보낸 콜드콜(cold call) 이메일을 통해 이루어진다. 괜찮은 팀이다고 판단되면 이후 만남을 통해 자연스럽게 투자로 이어진다. 장 대표는 "일반적으로 벤처투사회사들은 콜드콜 메일을 받지 않지만, 본엔젤스는 모든 메일에 대해서 투자 대상이 아니더라도 답장을 보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 이택경 프라이머 대표 "1세대 창업가 성공경험 직접 전수하겠다"

프라이머 이택경 대표의 목표는 1세대 창업가들의 경험을 토대로 후배 창업가들에게 성공경험을 전수하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프라이머는 다음 공동창업자인 이택경 대표를 비롯해 국내외 기업공개(IPO)나 회사를 매각해본 경험이 있는 한국의 1세대 벤처 창업가들로 구성된 엔젤 투자 인큐베이션 네트워크다. 1세대 창업가들의 경험을 토대로 후배 창업가들에게 성공경험을 전수하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프라이머의 목표다.

투자 결정을 내릴 때는 팀을 제일 많이 본다. 팀의 창업 동기, 팀원들의 자질과 경쟁력, 끈기 등을 보고 장기적으로 도울 생각으로 투자한다. 단순히 금전적인 투자를 바라는 경우에는 다른 곳을 소개해주기도 한다.

프라이머는 예비창업팀을 포함한 초기창업팀에 투자를 한다. 실제로 법인 설린전이거나 설립 1년 미만의 초기단계 스타트업이 80%를 차지하고 있다. 창업초기 필요한 시드머니(seed money) 투자를 통해 창업팀이 첫 제품·서비스를 구현하고, 판매나 서비스 가능한 단계까지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팀별로 담당 멘토가 있어 집중적으로 사업 방향 수립에 대한 고민을 함께한다.

인큐베이팅 이후에도 프라이머가 목표로 하는 단계에 도달 할 때까지 회사의 경영팀들을 지속적으로 멘토링하며 성공을 돕는다. 또 프라이머 워크샵을 통해 교육과 네트워킹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프라이머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선정된 팀들을 프라이머클럽(PrimerClub)의 멤버가 되어 다른 클럽 멤버들과도 교류하며 배우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프라이머는 창업 경험을 통해 창업가가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공도 중요하지만, 설사 실패하더라도 창업자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인터넷·모바일 분야 투자 관심"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패스트트랙아시아는 티켓몬스터 창업과 투자로 인연을 맺은 신현성, 노정석 대표와 한국의 스톤브릿지캐피털, 미국의 인사이트벤처파트너스가 의기투합해 설립했다. 당시 스톤브릿지캐피털 팀장이었던 박지웅 대표는 2012년 9월부터 취임해 전체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스타트업을 만들고 투자·성장시키는 컴퍼니 빌더(Company Builder)다. 초기 단계 엔젤투자 활동과 함께 뛰어난 사업 아이템을 가진 기업와 손잡고 회사를 공동 창업하기도 하고, 대기업과 파트너십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한다.

변화하는 창업 환경에 맞춘 혁신적인 창업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패스트트랙아시아 사무실에 오면 6~7개의 기업이 함께 하나의 공간에 입주해있다. 각자 창업 분야는 다르지만,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교감하면서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현재 인터넷·모바일 분야에서 가장 활발한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하는 서비스에 관심이 높다.

◆ 권혁태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대표 "국내 스타트업의 실리콘밸리 진출 적극 돕겠다"

권혁태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대표.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는 미국 엑셀러레이터 부트스트랩랩스와 협업해 '부트스트랩 엑셀러레이터 코리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의 실리콘밸리 진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해외 진출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에 쿨리지코너가 인큐베이팅 교육을 하고 최대 5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면 실리콘밸리로 진출하는 기회를 준다. 이후 현지에서는 부트스트랩랩스가 현지 네트워크 형성과 실질적인 사업 정착 단계를 지원한다. 부트스트랩랩스는 헝가리 출신 기업 프레지(Prezi)를 실리콘밸리에 진출시키는 등 미국 바깥의 스타트업의 실리콘밸리 진출을 돕는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는 창업국가 이스라엘에서 요즈마펀드를 운용하는 기구인 수석과학관실(OCS)를 직접 방문해 이스라엘식 인튜베이팅 시스템을 체득했다.

창업보육센터를 운영하는 등 종합적인 창업 지원 활동도 펼치고 있다.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CCVC 밸류업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사무실 공간을 제공하고 분야별로 특화된 연구개발(R&D) 모임과 중소기업청과 연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2010년부터는 국내 최초로 투자까지 연계된 창업경진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대회 우승자에 상금을 지급하는 대신 투자를 한다. 이벤트성 창업 지원 대회가 아니라 우수한 예비창업가가 실질적으로 사업화에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주력한다.

권 대표는 현재 국내 최대 창업네트워크 모임인 고벤처포럼에 전문 멘토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 이나리 디캠프 센터장 "한국 최초의 창업 생태계 허브 만든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의 디캠프 이나리 센터장.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운영하는 디캠프는 한국 최초의 창업생태계 '허브'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디캠프에서는 투자자와 창업자들이 자유롭게 교류하고 다양한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사 포메이션8, 게임회사 슈퍼셀, 비트코인 거래회사 코빗, 카이스트 기업가 정신 서울 사무소 등이 디캠프에 입주해있다. 국내·외에서 성공 궤도를 달리는 기업을 디캠프에 오면 만날 수 있다. 또 이런 성공 기업을 만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창업자들이 몰려 온다. 디캠프 사무실에 있으면 3~4개 언어를 들을 수 있다. 실리콘밸리와 같은 국제적인 창업 환경을 서울 한복판에서도 누릴 수 있게 한다는 것이 디캠프의 목표다.

디캠프의 중심부는 건물 4층에는 400㎡(약 120평) 가량의 코워킹 공간(Coworking space)이다. 코워킹 공간은 창업가들을 위한 사무실 공간이 되고 창업 교육과 세미나가 열리는 장이다. 동시에 100명 이상의 창업가들이 매일 파트너를 구하고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장소가 된다. 디캠프는 창업자와 투자사간 자유로운 네트워킹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 '네트워킹 파티'도 주최한다.

디캠프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간단한 인증 절차를 거치면 누구나 디캠프에서 주최하는 다양한 행사와 한 달에 약 80개 정도 운용되는 창업 관련 프로그램에 체험할 수 있다. 창업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면, 이 곳에서 본인이 창업과 맞는 사람인지 점검해 보고 고민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실제 창업을 결심한 예비 창업가라면 다른 창업가와 투자자와 교류하면서 자신의 가능성을 가늠하고 위기를 극복해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