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업체들의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분쟁 당사자들 간의 지분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 주가가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신일산업은 지난달 13일 공인노무사 황귀남씨가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한 뒤로 한달 간 주가가 48% 가까이 상승했다.
황귀남씨는 '수퍼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다. 황씨가 지난달 특수관계인들과 함께 신일산업의 주식을 574만주나 사들이며 지분율을 11.3%로 끌어올리자, 증권 업계 관계자들은 황씨가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더군다나 이번달 12일에는 황씨가 법원에 제출한 주주총회 의안상정 가처분신청서가 승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황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황씨가 제안한 의안은 자신과 이혁기, 정재성씨를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오영학ㆍ윤대중씨를 사외이사 자리에 앉히겠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신일산업 이사회와 황씨 간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분석했고, 이날 회사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피씨디렉트(051380)도 최근 경영권 분쟁이 심화할 조짐을 보이자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피씨디렉트에 대해 공태현 스틸투자자문 이사의 감사 선임안을 상정하라고 판결했다. 스틸투자자문은 지난달 24일 공 이사의 감사 선임안과 현 피씨디렉트 경영진의 해임 안건을 상정하겠다며 의안상정가처분 소송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피씨디렉트와 스틸투자자문 간 경영권 분쟁은 지난해 4월 처음 제기됐다. 스틸투자자문이 피씨디렉트의 주식을 33만주 매입하며 지분율을 늘리기 시작하자, 회사 주가는 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피씨디렉트의 주가는 한달 동안 140% 가까이 상승했다.
스틸투자자문은 현재 피씨디렉트의 지분율을 39.24%까지 끌어올린 상황이다. 서대식 피씨디렉트 대표이사의 지분율(27.53%)보다 높아 이사회를 장악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 1월 일동제약(249420)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자 주가가 급등했다. 녹십자가 일동제약의 지분율을 15.35%에서 29.36%로 늘리자, 회사 주가는 한달 동안 22% 가까이 올랐다.
현재 녹십자가 보유한 일동제약의 지분율은 최대주주 윤원형 일동제약 회장의 지분율(34.16%)보다 약 5%포인트 적은 수준이다.
한 증시 전문가는 "만일 녹십자가 일동제약 지분을 약 10% 보유한 기관투자자 피델리티와 손을 잡는다면 일동제약의 경영권은 뒤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녹십자가 직접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라고 밝힌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회사가 일동제약에 대한 적대적 M&A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치열했던 동원수산(030720)도 한때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해 9월 회사 창업주인 왕윤국 명예회장이 사망하자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것. 당시 동원수산의 주가는 한달 동안 25% 넘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원수산은 고(故) 왕 명예회장의 장남인 왕기철 대표이사와 왕 명예회장의 재혼한 부인 박경임씨 간 경영권 분쟁으로 잘 알려진 회사다. 박씨는 지난 2011년 3월 자신이 낳은 딸인 왕기미 식품사업부문 전략기획총괄 상무를 대표 자리에 앉히겠다며 왕기철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당시 왕 대표는 자신보다 지분율이 높은 박씨에 맞서 대표이사 자리를 가까스로 지켜낸 바 있다.
이처럼 경영권 분쟁이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재 피씨디렉트와 신일산업이 경영권 분쟁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한가를 치고 있지만, 분쟁이 갑자기 해결될 경우 주가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가능성 역시 있다"고 말했다. 피씨디렉트의 경우 지난해 4월 스틸투자자문이 처음 지분을 사들였을 당시에는 주가가 급등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상승세가 오래 가지 못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