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 질환으로 장기(腸器)를 이식하는 소아·청소년들이 해마다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가 집계한 이식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말 현재 장기 공여자를 기다리며 이식을 대기하고 있는 0~19세 소아 청소년 환자수는 515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간과 심장, 신장, 소장 등 장기를 이식받는 소아 청소년 환자수는 147명로, 전체 대기자의 3분의 1수준에 머문다.
사회 각층의 장기기증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당수 소아·청소년 이식환자가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장기 공여자를 기다리며 하루하루 힘든 삶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장기이식하더라도 이를 기다리는 시간에 따라 사회성과 두뇌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서울대 연구진은 최근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기간이 길수록 아이들의 지능지수(IQ)와 사회성지수(SQ)가 늦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대한이식학회지 최신호에 소개했다.
서울대 강희경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민상일·이남준 외과 교수 등 소아이식팀은 1999년부터 2011년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신장과 간이식을 받은 어린이 환자 43명의 IQ와 SQ를 분석했다.
측정 결과 장기이식을 받은 아이들의 평균 IQ는 94점, SQ는 101점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가운데 정신지체에 속하는 IQ 70이하 판정을 받은 어린이 5명의 평균 장기이식 대기기간은 5.7년, 그렇지 않은 38명의 대기기간은 1.4년이란 사실을 알아냈다.
또 지능수준이 낮은 기준인 IQ 90이하인 아이들 18명의 대기기간은 평균 3.1년, 그렇지 않은 25명의 대기기간은 1.3년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이식을 받기 위해 오래 기다릴수록 IQ가 낮게 나타난 것이다. 사교성 발달 정도를 측정하는 SQ검사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연구팀은 "장기이식 대기기간이 길어지면 신장이나 간 기능 부진으로 몸안의 노폐물이 축적되고 호르몬에 불균형해지면서 아이들의 지능과 정서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어린이 장기이식의 경우 어린 나이에 큰 수술을 해야 한다는 부담과 이식한 장기를 평생 사용하지 못하거나 또 다시 이식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불안감으로 대기기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 신장이식의 경우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을 받으면 일부 기능을 되찾을 수 있다보니 아이의 학업을 이유로 이식을 미루는 경우도 많다.
소아이식팀은 "이식을 미루는 것이 지능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가족간이나마 가급적 빠른 시기에 이식을 해주는 것이 정서와 지능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