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해제된 취락지역에 호텔, 백화점과 같은 상업시설이 들어설 수 있도록 규제를 풀기로 했다. 국토의 65%를 덮고 있는 산지(山地)에 대한 규제도 대폭 손질한다. 이를 통해 휴양·풍력발전시설 등의 산지 진입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난립하고 있는 지역개발제도를 묶어 '투자 선도지구'를 만들고 건폐율 완화와 부담금 감면 등 인센티브를 준다. 정부는 이러한 규제 완화로 2017년까지 향후 4년간 지역경제에 14조원의 투자가 일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는 12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제5차 무역투자진흥회의 및 지역발전위원회 연석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의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미래부·국토교통부·산림청 등 관계부처 장·차관과 자치단체장, 경제단체장 등 약 200명이 참석했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큰 투자 효과가 예상되는 것은 그린벨트 규제 합리화(8조5000억원)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전체 그린벨트의 28.3%가 해제돼 있지만 규제로 개발이 제한되고 있다. 예를 들면 김해 공항 인근 지역의 경우 그린벨트 해제에도 주거 용도로만 개발하도록 돼있어 상업시설 입주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 지역을 주거지역으로만 규정하는 현행 지침을 올 상반기 개정, 이 지역을 준주거지역, 근린상업지역, 준공업지역으로도 허용키로 했다.

해제 지역에서 주택을 공급할 경우 35%를 임대주택으로 지어야 한다는 규제도 풀어 임대 수요가 부족하면 용지를 분양주택용지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한다. 또 해제 지역에 산업단지를 지을 때 조성해야하는 공원 녹지와 관련해선 녹지 인정 범위를 하천, 저수지 등으로 확대한다. 정은보 기재부 차관보는 "그린벨트 해제 후 착공되지 않은 사업 등 17개 개발사업이 활성화돼 향후 4년간 최대 8조5000억원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전, 광주, 창원, 부산 등 12개 지역의 그린벨트 해제 지역이 대상으로 총 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4.3배(12.4㎢)에 해당한다.

현행 개발촉진지구, 광역개발권역, 지역개발종합지구 등 5개의 지역개발제도를 통합해 투자선도지구를 신설한다. 산업단지, 물류단지, 관광시설 등 발전 잠재력이 있는 지역이 대상으로, 건폐율과 용적률을 풀고 건축허가 등 65개 법률 인허가 의제, 주택공급 특례 등 73개 규제 특례를 적용해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세제감면을 비롯해 개발부담금 등 7종 부담금도 깎아준다. 내년 3개 지구를 시범 지정하고 2017년까지 시도별로 1개씩 총 14개 지구를 지정한다. 이에 따른 투자 효과는 2조4000억원으로 예상된다.

도시 인근에 조성하는 첨단산업단지도 향후 2년간 9개 이상 추가로 지정한다. 올해 인천, 대구, 광주 등 3곳부터 조성하고 2015년에는 지방자치단체 공모를 통해 6곳을 지정하기로 했다. 일단 올해 추진하는 3곳의 개발이 끝나면 2조1000억원의 투자 유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정부는 추정했다. 또 2017년까지 25개 노후산단을 리모델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민간이 공원 개발에 적극 나설 수 있는 유인도 강화한다. 현재 약 2만개의 도시공원(총 1020㎢) 중 40%는 지자체가 조성 중이지만 나머지 60%는 조성되지 않은 상태로 민간의 참여가 저조하다. 이에 따라 도시공원법을 개정해 투자자의 기부채납 비율을 80%에서 70%로 완화하고 공원 최소 면적 기준도 10만㎢에서 5만㎢ 이상으로 낮춘다. 도시공원 조성사업이 활성화되면 향후 4년간 8500억원의 투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휴양, 힐링, 신재생에너지 등 산에 대한 수요가 바뀐 추세를 감안해 산지 전용 허가 등의 규제를 완화한다. 현재 단기체류만 가능한 산림휴양시설에 장기체류가 가능하도록 기준을 바꾸고, 보전 산지 안에 있는 병원에 주차장이나 장례식장 등 의료 부대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한다. 풍력발전시설 단지를 조성할 때 편입 가능한 산지 면적도 최대 3만㎢에서 10만㎢로 대폭 늘린다.

기업의 지역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세제 지원도 강화한다. 현재 기업이 수도권 이외 지역으로 이전할 경우 당해에 본사 인력의 50%를 유지해야 법인세 감면을 받을 수 있지만 앞으로는 3년 안에만 50%를 유지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기업이 수도권 이외 지역에 투자하면 고용창출투자세액 추가공제율이 1%포인트 높아진다.

정은보 차관보는 "이번 대책은 중앙정부 주도의 하향식이 아닌 지자체 건의를 중심으로 한 상향식으로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정부에 따르면 시·군은 이번에 협약 등을 통해 56개의 생활권 구성과 2146건의 사업을 제안했고 시·도는 각 1개씩 총 15개의 특화발전 프로젝트 후보군을 마련했다. 특화발전 프로젝트란 예를 들면 부산은 영상, 대구는 소프트웨어 융합, 인천은 서비스산업 등 지역발전 전략에 따라 지자체 주도로 추진하는 사업을 말한다. 정 차관보는 "향후 지역의 의견을 추가로 수렴해 7월 말까지 지원 대상 사업을 최종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정 지원은 지자체의 자율 재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이뤄진다. 특별 교부세 일부를 올해(4000억원)부터 자율재원으로 변경해 2017년말까지 총 2조8000억원을 지원한다. 지난해 발표한 지방소비세율 인상 등 지방재정 확충방안(4조5000억원)에 따라 2017년까지 자율재원은 총 7조3000억원 확충될 것으로 봤다. 이와 함께 지자체 자율로 사업을 선택하는 포괄보조방식 예산도 올해 3조5000억원에서 내년 4조5000억원으로 1조원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