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바일 타자게임을 개발한 박우성(36) 퍼니 대표는 매주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모임이 있다. 세상을 바꾸는 창업자 모임 '세창모'다. 이 모임은 박 대표가 벤처캐피털 벤처스퀘어의 창업지원프로그램 '스팍스퀘어' 3기에 참여했다가 알게된 사람들로 구성됐다. 박 대표와 비슷한 청년 창업가는 물론 컨설팅 업체 대표, 미디어회사 대표, 국회 비서관 등 창업에 관심있는 민간과 정부 관계자 29명이 모였다. 대부분 또래라 창업·사업 과정에서 겪는 일들을 솔직히 털어놓고 정보를 공유한다. 이미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선배들도 객관적인 입장에서 조언을 하는 모임이다.
박 대표는 "단순히 누군가의 지원을 바라는게 아니라 여기서 알게 된 사람들끼리 네트워크가 형성돼 다양한 교류가 이뤄진다"면서 "또래들과 조금 다른 길을 선택하면서 고립감이나 막막함을 느낄 때가 많았는데, 이런 모임에 참여하면서 조언과 영감을 얻고 간다"고 말했다.
#2. 국내 대표 모바일 기반 중고장터 장원귀(33) 퀵켓 대표는 2009년 스마트폰으로 무엇이든 찍으면 관련 정보를 알려주는 한국판 '구글 가글스(Google Goggles)'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창업했다. 그러나 경쟁사에서 먼저 2010년 3월 스캔서치라는 어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하면서 사업을 이내 접어야 했다.
한번 실패를 맛본 장 대표는 그 해 5월 '스타트업 위크엔드'(Startup Weekend)에서 다시 기회를 찾았다. 예비 창업가 100명이 54시간 동안 교류하면서 사업 아이디어를 내는 창업 행사인 스타트업 위크엔드에서 정 대표는 번개장터에 대한 사업 아이디어를 처음 구상했다. 장 대표는 이 모임에서 '번개장터'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사업 아이디어에 대한 멘토링도 받았다. 초기벤처 투자사인 본엔젤스로부터 소액 투자를 받아 시작된 이 아이디어는 지난해 11월 네이버에 지분 51%를 매각하면서 성공적인 엑시트(Exit·벤처캐피탈이 투자금을 회수) 사례로 꼽히게 됐다.
장 대표는 "기술자 출신이라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을 못하고 기술만 쫓아갔던 것 같다"며 "멘토링을 통해 기술 외 사업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부분에 기업가 선배의 조언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 창업에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은 '네트워킹'이다. 각종 모임을 통해 사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초기 투자를 받고 회사를 성장시키는 각종 조언과 도움을 받는 식이다. 민간 벤처캐피털리스트들도 청년 벤처 교육 프로그램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마치 일반 기업의 인턴십 제도처럼 창업 희망자들에게 실제 사업화 기회를 제공하고 창업과 관련된 교육을 제공한다. 프라이머의 '엔턴십', 패스트트랙 아시아의 '패스트캠퍼스' 등이 대표적이다.
실질적인 창업과 비슷한 경험을 쌓게 해주는 프라이머의 엔턴십은 6개월동안 프라이머의 멘토링을 받으며 사업 모델을 쌓아갈 수 있다. 프라이머 엔턴십에 참여하게 되면 정기적으로 다른 창업팀들과 최신 정보와 기술을 교류할 수 있다. 경영, 법률, 마케팅, 시장현황 등 교육과 세미나에도 참여할 수 있다. 인큐베이팅을 졸업한 후에도 프라이머클럽 멤버 자격은 유지된다. 추가투자나 M&A, 회사경영에 대한 자문은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창업 교육 프로그램으로 '패스트캠프'와 '패스트 클래스' 2가지로 나뉘어 운영하고 있다. 패스트 캠프는 예비창업자와 초기스타트업,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 등 세 그룹으로 나누어 10주 동안 창업 교육을 제공한다. 패스트클래스는 패스트캠프의 강의를 주말에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평일에 패스트 캠프를 참여하기 어려운 직장인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매 분기별로 스타트업 공동창업자를 발굴하는 'CEO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창업 희망자나 예비창업팀에 패스트트랙 아시아의 창업 노하우와 실행 방법을 알려준다. 현재 4기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참여 팀 가운데 창업에 성공한 경우는 절반 이상이다. 주변 병원을 찾아주는 앱 굿닥, 남성 맞춤 패션 앱 스트라입스, 농수산물 직거래 쇼핑몰 헬로네이처 등이 대표적인 예다. 성공적인 엑시트 사례로는 굿닥이 있다. 2011년 CEO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굿닥은 2013년 7월 모바일서비스 기업 옐로모바일에 인수됐다.
은행권 청년창업재단 디캠프(D.camp)는 '디데이(D.DAY)', '디멘토(D.MENTOR)', '디파티(D.PARTY)'등 다양한 네트워크 행사를 운영한다.
매주 마지막 주 금요일 열리는 디데이는 스타트업이 투자자와 전문가 패널, 청중 앞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자유롭게 소개하는 자리다. 디멘토는 조언을 듣고 싶은 멘토에게 온라인 신청을 통해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매주 목요일 저녁에 개최된다.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음식을 나눠먹으며 창투사, 기업, 창업 관련 기관 관계자와 교류할 수 있는 디파티도 있다. 현재까지 이 같은 네트워크 모임에 참여한 스타트업은 876개에 이르며 참가자는 4162명이다.
케이큐브벤처스는 2012년 6월부터 한 달에 한 번 '패밀리 CEO 데이'를 개최한다. 벤처캐피털 대표들과 스타트업 대표들이 모여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오프라인 행사다. 지금까지 20여개 창업팀이 참여했으며, 참여자 수로는 100여명에 이른다. 또 모바일 게임 회사 모임, 모바일 서비스 회사 모임 등 사업 영역별로 관심사가 비슷한 스타트업끼리 갖는 소모임도 운영된다.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는 "창업과 같이 독자적인 사업을 할 때는 부족한 점을 간접 경험을 통해 메우는 것이 필요하다"며 "요즘은 벤처 창업가들이 다른 창업가와 민간 전문가를 만나 노하우를 공유하도록 네트워크 장을 조성하는 것이 추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