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가 팬택과 손잡고 스마트폰 시장에 도전한다. 팬택의 하드웨어 기술력에 현대카드의 디자인과 마케팅을 입히려는 것이다. 현대카드는 12일 "지난달 19일 팬택과 스마트폰 공동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며 "금융사와 IT 기업이 공동으로 제품 개발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협업은 경영난으로 지난 5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팬택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현대카드에 제안해 이뤄졌다. 제품 출시 시기는 내년 상반기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의 거인인 삼성전자와 애플에 팬택과 현대카드가 '다윗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협업)'으로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평소 '스티브 잡스의 신봉자'로 알려진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잡스가 구축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성공할지도 관심거리다.

현대카드는 새로운 스마트폰의 기획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참여한다. 현대카드는 이날 "제품 사양을 결정한 뒤 상품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마케팅과 홍보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팬택과 함께한다"고 밝혔다.

스티브 잡스의 신봉자이자 디자인 경영 전문가인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현대카드가 주력하는 부분은 스마트폰의 디자인이다. 현대카드는 금융사 중에선 유별나게 새로운 디자인을 계속 시도해 왔다. M, 블랙 등 자사 히트 상품들은 대부분 카드 표면의 디자인을 강조한 제품들이다.

정태영 사장이 제품 디자인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 혁신을 가장 잘하는 기업이 애플이라면서 서울 여의도 본사 1층에 애플 제품을 수십 대 깔아 놓을 정도로 디자인에 관심이 많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정태영 사장 주도로 자체 운영하는 디자인실 직원들을 대거 투입해 새로운 스마트폰 디자인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스마트폰의 화면 구성에서 애플리케이션의 아이콘에 이르기까지 소프트웨어 디자인도 현대카드가 맡기로 했으며, 케이스 등 액세서리 디자인도 함께한다.

팬택은 최근 경영난을 겪고 있지만 제품 뒷면 터치 인식 등 제품 특허를 4800개 갖고 있을 정도로 기술력은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제품 디자인과 마케팅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시장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카드의 디자인과 마케팅 기술이 더해지면 큰 시너지가 날 것으로 팬택은 기대하고 있다. 팬택 관계자는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사양 경쟁만 벌이면서 디자인 특색이 사라진 상태"라며 "현대카드와의 협업으로 차별화된 스마트폰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번 협업으로 현대카드에 수익이 돌아오는 부분은 없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디자인료를 받지 않는 것은 물론 상품 출시 후 수익 배분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협업에 나선 것은 디자인 경영이란 이미지를 공고히 하면서 앞으로 금융시장이 모바일 기반으로 바뀌는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곧 플라스틱 카드가 사라지고 대부분 고객이 스마트폰에 내장된 카드를 사용하면서 각종 부가 서비스도 스마트폰으로 이용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며 "이번 협업을 통해 모바일 분야의 새로운 학습 기회를 얻으면서 이미지 제고를 통한 중장기적인 고객 기반 확보에 의의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현대카드 포인트로 스마트폰을 구입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부가적인 마케팅 효과도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