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로 돌아온 것일까. 지난달 말부터 11일까지 1조원 가량을 순매수 하고 있는 외국인을 두고, 국내 증시로 외국인이 돌아왔다는 일부 증권사들의 보고서가 나오고 있다. 올 초 테이퍼링(양적완화의 점진적 축소)과 신흥국의 금융위기에 매도 행진을 벌여온 외국인이 국내 증시로 돌아와 지수 반등을 이끌 것이라는 내용이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외국인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형주들의 실적 전망이 흐린데다, 신흥국의 외환시장에 대한 불안 등 대외 여건이 개선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증시에 순매도 행진을 이끌었던 유럽계 자금이 오는 5월 스트레스 테스트(경기침체 등 외부 환경에 대한 위기 관리 평가)를 앞둔 상황이라, 이들이 위험 자산인 국내 증시에 투자액을 늘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 외국인 순매수 행진의 이면
외국인 순매수 행진은 지난달 말부터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지난달 20일까지 50여일간 3조3585억원을 순매도 했던 외국인은,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1일까지는 '사자'로 돌아서며 9949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일부 증권사들은 기업 실적에 선행 지표 역할을 하는 이익수정비율(ERR)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 것을 이유로 꼽으며 당분간 이런 매수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내용을 들어다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일단 전체 기업의 ERR 수치는 상승했지만, IT 등 대형 업종에 속한 종목들은 이런 분위기에서 소외되고 있다. 미국 기업조사기관인 IBES와 SK증권에 따르면 전체 ERR 은 1월 -0.56에서 지난 2월 28일 기준 -0.23으로 높아졌다. 이익수정비율은 실적 전망을 상향 조정한 기업이 하향조정한 기업 보다 많을수록 수치가 높아진다. 즉 수치가 높을수록 해당 업종의 실적 전망이 밝다는 뜻이다. 그러나 대형주가 많은 IT 업종은 -0.6에서 -0.5로 오르는 등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작았다.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수하는 외국인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신흥국 외환시장도 외국인을 갈팡질팡하게 만들고 있다. FRB(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지난 4일 내놓은 '2월 OITP'(19개 신흥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 지수는 1월에 비해 0.4% 상승한 94.32를 기록했다. 달러 가치의 상승을 의미하는 이 지수가 94를 넘은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이다.
그 동안 신흥국 통화의 약세는 투자자들에게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을 불러 일으켜, 우리 증시에서 외국인이 이탈하는 요인이 돼 왔다. 올 초 코스피 지수가 하락한 배경에도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 급락이 있었다. 다만 일부에선 신흥국의 금융위기가 신흥국 내 차별화를 부각시켜 상대적으로 기초체력이 안정돼있다고 여겨지는 한국 증시의 매력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달러 강세는 미국 경기 회복과 금리 상승에 대한 기대감 등과 얽혀 있는 만큼, 우리 증시에서 돈을 빼내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
외국인이 공격적인 매수 행진을 않고 있다는 것은 외국인 매수금액에 주가가 얼마나 움직였는지를 나타내는 '지수 민감도'에서도 찾을 수 있다. SK증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이후, 외국인이 1000억원을 순매수 하면 0.2% 가량 코스피지수가 올랐다. 지난 3주간 외국인은 1조원 이상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지수의 움직임은 지난달 20일 1930.57에서 11일 1963.87로 1.7%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론적으로 0.3% 가량 상승할 여력이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다. SK증권 김영준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매수를 이어가고 있지만, 적극적이라기 보단 조정 시 매수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당분간 외국인이 지수를 견인할 여력은 커 보이지 않다"고 전했다.
◆ 유럽계 자금, 투자 늘리기 어렵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처한 상황 역시 국내 증시에 추가 자금을 투입하기 어려운 상태다. 최근 국내 외국인 자금의 순매도 행진은 유럽계 자금을 통해 이뤄졌다. 이들은 지난 4개월간 국내 증시에서 4조4000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미국계 자금 순매도 액수인 5900억원에 비해 8배 가량 큰 금액이다.
이들은 오는 5월 행해지는 유럽은행감독청(EBA)이 금융권의 건전성 검사를 위해 실시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앞두고 있다. 지난 2010년과 2011년의 경우 스트레스 테스트 진행시기에 유럽계 자금은 국내 증시에서 이탈하는 모습을 보여,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는게 증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과거와 같이 스트레스 테스트 직전 국내 주식과 같은위험 자산의 비중을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