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백화점, 홈쇼핑, 면세점 등을 운영하는 유통업체 주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호텔신라(008770)가 홀로 오르고 있다. 싱가포르 공항의 사업권을 따내는 등 해외 사업분야에서 선방하고 있고 국내 매출도 작년보다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증권업계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호텔신라 주가는 작년 말 6만6500원에서 7일 기준 8만9900원으로 올들어 35.2% 올랐다. 세 달만에 시가총액은 2조6100억원에서 3조5284억원으로 9184억원 늘었다.

호텔신라를 제외한 유통업체 주가는 올 들어 하락세다. 롯데쇼핑(023530)주가가 17.7% 떨어졌고 GS홈쇼핑(-17.3%), 현대홈쇼핑(057050)(-15.6%), 현대백화점(069960)(-11.8%), 신세계(004170)(-11.3%), 롯데하이마트(-10.1%), 이마트(139480)(-8.1%), CJ오쇼핑(-5.8%), GS리테일(-4.6%) 등 KRX 소비자유통지수에 포함된 모든 업체의 주가가 내렸다.

유통업체 주가가 부진한 것은 위축된 소비 심리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을 보면 대형마트 매출은 평년보다 이른 설 연휴에 반짝 상승했지만 의류, 스포츠, 가전문화 등 세부 항목의 매출은 오히려 1월보다 줄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8로 1월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9월 이후 꾸준히 상승하다 5개월만에 하락한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정부가 해외 직접구매(직구)와 병행수입을 활성화하겠다고 나선 것도 유통업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관세청은 올해 주요 추진과제로 해외직구·병행수입 지원과 수입가격 공개 확대를 제시했다. 만약 해외 직구가 활발해지면 그동안 일부 수입 브랜드를 독점적으로 들여와 판매했던 백화점과 홈쇼핑의 수익이 일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유통업계의 상황이 이런데도 호텔신라 주가만 오르는 것을 두고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싱가포르 창이공항 화장품·향수 사업권을 따낸 것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신라면세점은 올해 초 경쟁사인 롯데면세점은 물론이고 DFS 벤처 싱가포르, LS 트레블 리테일 등 글로벌 면세기업을 모두 제치고 싱가포르 면세점 사업권을 따냈다. 오는 10월부터 2020년까지 6년간 공항에서 화장품·향수 매장을 운영하게 된다. 현재 매출 기준으로 세계 7위인 호텔신라는 창이공항에서만 6년간 4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하나대투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호텔신라의 목표주가를 각각 23.0%, 13,3%씩 올렸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면세점 전체 매출은 올해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20.5%씩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2016~2017년에는 전세계 3위권 내 면세점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면세점 주요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 수가 향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작년 기준으로 면세점 외국인 매출 중 중국인 비중은 75%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1월 중국인 입국자 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51.1%나 증가했고 성수기로 분류되는 봄, 여름에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만약 국내를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이 줄더라도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발생하는 중국인 매출로 상쇄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외에도 올해 제주면세점 확장 공사가 끝나고, 보수 공사로 영업을 중단했던 서울 신라호텔의 영업이 작년 하반기에 재개되면서 매출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증권업계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다만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그동안 신라호텔이 운영해온 인천공항 면세 사업자 계약기간이 내년 2월이면 끝난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부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인천공항은 오는 6월부터 신라호텔에 이어 향후 7년 간 면세점을 운영할 사업자를 선정하는 작업을 시작하는데 사업자가 바뀌면 인천공항 내 면세점 매출을 경쟁사에 뺏길 수 있다. 신라호텔이 또 한번 선정돼도 현재 2450억원인 연간 임차료가 더 오를 수 있어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2008년 당시 700억원이었던 임차료는 작년 2450억원으로 5년새 3배 이상으로 뛰었는데, 이때문에 영업비용이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