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대한민국 공공 기관의 '과도한 부채' '방만 경영, '낙하산 인사' 등의 문제는 역대 어느 정권도 해결하지 못한 숙제다. 그런데 공공 기관 부채 문제는 공공 기관뿐 아니라 정부도 책임이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공공 기관 부채의 상당 부분은 정부가 국책 사업과 '정권성 사업'을 공공 기관에 떠넘겨 발생했기 때문이다. 물론 공공 기관 노사가 정부의 사업 떠넘기기와 낙하산 인사를 빌미로 방만 경영을 즐겨온 것도 사실이다. 결국 공공 기관의 과도한 부채 문제는 정부와 공공 기관이 오랜 기간 공조한 '합작품'이라는 의미다.

박근혜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공공 기관 정상화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현 정부의 공공 기관 정상화 대책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정상화 대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첫째, 공공 기관의 과도한 부채에 대한 체계적 원인 분석에 나서야 한다. 원인 분석 없이 올바른 대책을 기대할 수 없다. 정부는 아직까지 부채 감축을 공공 기관 스스로의 자구 노력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감사원의 공기업 재무·사업구조 관리 실태 보고서에서 보듯 공공 기관 부채가 상당 부분 국책 사업에서 비롯된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공공 기관에 국책 사업을 무리하게 떠넘기지 않도록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또 정부도 국책 사업으로 인한 부채에 대해 책임지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공공 기관 경영 평가 결과와 공공 기관을 관장하는 주무기관에 대한 총리실 평가를 연계시키는 등의 방안을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낙하산 인사를 근절해야 한다. 현 정부는 최근 공공 기관 정상화를 위해 낙하산 인사를 막겠다며 임원 직위별 세부 자격 요건 마련을 포함한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낙하산 인사 근절 대책을 발표한 그날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냈다. 공공 기관 정상화 대책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해 말에도 주요 기관장을 낙하산 인사로 채웠다. 계획과 실행이 다르다면 정부의 공공 기관 정상화 의지를 과연 누가 신뢰하겠는가? 낙하산 인사로 인한 정부의 신뢰 추락은 자칫 공공 기관 정상화 대책 전체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끝으로 공공 기관 정상화 대책은 궁극적으로 공공 기관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당장의 문제 해결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장기적 경쟁력 강화에 대한 고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 6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공공 기관 정상화 과정에서 생산성 향상을 주문하고, 비핵심 자산을 중심으로 자산을 매각해 헐값 매각이나 국부 유출 우려를 불식시킬 것을 요구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대책 역시 정부의 공공 기관 부채 문제 해결이 단순하고 물리적 해결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응한다는 차원이지 아직은 구체적이고 정교한 정책으로 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정부와 공공 기관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공공 기관의 문제가 궁극적으로 해결되기 위해선 공공 기관을 더 이상 '정부의 대리인'이 아니라 '국민의 대리인'으로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의 공공 기관이 더 이상 '대한민국의 부채'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귀중한 자산'으로 정상화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