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부산공장

르노삼성자동차가 간부급 생산직 직원을 대상으로 ‘뉴스타트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의 사실상 명예퇴직을 시행한다. 생산 인력의 노령화로 늘어나는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노조는 “파업을 포함한 총력 투쟁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7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오는 10일부터 한 달 동안 ‘뉴스타트 프로그램’의 신청을 받기로 했다.

이 프로그램은 사실상 희망퇴직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퇴직금과는 별도로 기준 급여의 30개월치를 추가로 지급하고, 창업이나 영업직 전환을 위한 컨설팅을 제공하며, 1명당 500만원의 자녀 학자금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대상은 현장에 있는 기장급(과장급) 고참 직원이다.

르노삼성이 이런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은 평균 근속기간이 20년을 넘는 고참 직원 비중이 전체 생산·정비직 직원 중 20%를 넘어서는 등 현장의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장급 직원은 생산·정비 업무를 직접 하지는 않는 일종의 관리직이다.

이들의 비중은 내년에 3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생산·정비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월급은 많이 받는 인력이 3분의 1에 육박하는 것이다. 르노삼성은 이 프로그램과는 별도로 현장의 직무를 다시 설계하는 일도 병행할 계획이다.

르노삼성은 최근 생산 물량이 줄며 과거보다 공장 가동률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2010년 27만대였던 국내·외 판매량은 지난해 13만대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모기업인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르노삼성의 회생을 위해 닛산의 북미 수출용 차량 생산을 르노삼성에 맡기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연간 7만대 규모다.

르노삼성은 지난 2012년 800명을 희망퇴직 방식으로 감원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근속연수에 따라 최대 24개월치의 위로금을 지급했다. 이번에는 혜택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희망자에 한해 지원을 하는 것인 만큼 인위적인 구조조정과는 차원이 다르다”면서 “현재 500여명 수준인 기장급 직원이 내년에는 600여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합리화를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프로그램으로 현장을 떠날 인력은 100명 이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노조는 이번 프로그램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012년 희망퇴직을 시행하며 프랑수아 프로보 사장이 더 이상의 구조조정은 없다고 약속을 했는데, 이를 어기는 조치라는 것. 노조는 프로보 사장의 말을 믿고 2년간 임금을 동결하고 생산성도 30%나 향상했는데 회사 측이 실적 개선이 이뤄지자마자 다시 구조조정 카드부터 꺼낸다고 비난했다.

고용환 르노삼성 노조위원장은 “지난해 생산성이 르노닛산 그룹 전체 18개 계열사 중 4위에 오를 만큼 직원들이 많은 노력을 했다”면서 “회사측이 일을 하지 않는 기장급이 많다는 거짓 자료를 내세워 구조조정을 시도하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기장급 직원 중 관리 업무를 맡은 사람은 30%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모두 현장에서 일을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상경 투쟁과 파업 등 모든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번 구조조정을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