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우리 하나 등 국내 금융지주회사들이 잇따라 작년 실적을 정정했다. 지난달 초 2013년 실적을 발표한 뒤 각종 사건·사고에 따른 충당금이나 세금을 실적에 반영한 여파다.

하나금융지주(086790)는 지난 5일 공시를 통해 작년 순이익을 당초 발표했던 1조200억원에서 약 861억원 줄어든 9338억7700만원으로 정정했다. 이로써 하나금융이 3년 연속 ‘순이익 1조클럽’ 달성에 실패했다. 4대 지주 가운데 작년 순익이 1조원을 넘은 회사는 신한지주(055550)(1조9028억원), KB금융(105560)두 곳에 그쳤다.

하나금융의 실적 감소에는 주력 자회사인 하나은행이 KT ENS 협력업체의 사기대출 피해금액 가운데 일부를 충당금으로 반영한 영향이 컸다. 하나은행은 1624억원의 대출잔액 가운데 올해 발생한 피해액 60억원을 뺀 1524억원을 작년 말 기준 피해금액으로 집계했다. 이 가운데 증권사의 보증이 들어간 대출 약 285억원을 뺀 나머지 잔액에 대해 충당금 895억원을 적립했다. 하나금융의 또 다른 자회사 외환은행도 금감원의 상시검사 결과에 따라 6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해 하나금융 실적 감소에 영향을 줬다.

KB금융지주도 지난달 21일 KT ENS 협력업체의 대출사기 피해에 대한 충당금 적립액을 실적에 반영해 정정했다. 피해금액에 대한 충당금 297억원을 쌓으면서 국민은행의 작년 순익은 당초 발표했던 8421억7320만원에서 8196억3524만원으로 정정됐다. 이에 따라 KB금융의 작년 순익도 당초 발표했던 1조2830억4500만원에서 1조2605억900만원으로 깎였다.

지난달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 불발로 타격을 입은 우리금융지주(316140)의 실적은 아예 적자로 전환했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27일 작년 537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고 정정 공시했다. 앞서 발표했던 2891억원의 순익과 비교하면 8266억원 줄어든 수치다. 우리금융은 “경남·광주은행 분할에 따른 법인세 6043억원을 반영하고 추가로 충당금을 적립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과 함께 KT ENS 협력업체 대출사기에 피해를 입은 농협은행 역시 피해액 297억원에 대한 충당금을 쌓게 된다. 농협금융지주는 이달 말 작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