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과 한국은행이 동일 지표에서 엇갈린 통계치를 내놓고 있다. 두 기관이 발표하는 통계치는 경제정책 수립과 투자의사결정에 기초가 되는 지표인만큼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경제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은 엇갈린 메시지 탓에 경기 판단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자본시장 투자자도 어느 통계치를 믿어야할지 혼란스럽다. 두 기관은 측정방법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 GDP증가하는데 전산업생산량은 감소하다니 ‘갸우뚱’

한국은행 국내총생산(GDP), 통계청 전산업생산량 비교

두 기관은 경기를 반대로 전망하기도 한다. 통계 산정방식이 다른 탓이다. 한국은행은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한다고 발표했으나 통계청은 전산업생산량이 줄었다고 밝혔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GDP와 전산업생산량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양을 집계하는 비슷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달마다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한다. 분기별 전산업생산량 변화 추이가 발표에 포함된다. 한국은행은 분기마다 GDP를 발표한다. 조선비즈는 두 기관의 분기별 통계치를 2006년 4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전수 조사했다. 조사결과 한국은행은 28분기 동안 미국 금융위기가 찾아온 2008년 4분기를 제외하고는 매년 GDP가 증가했다고 집계했다.

통계청은 달랐다. 통계청은 2007년 1분기(-0.5%), 2008년 1, 3, 4분기(-1.9%, -1.9%, -11.9%), 2009년 1분기(-2.1%), 2010년 3분기(-0.8%), 2012년 2분기(-0.2%) 등 28분기 중 4분의1인 7분기에서 전 분기보다 전산업생산량이 줄었다고 발표했다.

통계청 전산업생산 담당자는 “산업활동동향과 GDP의 조사기간, 통계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통계청 관계자는 “통계청은 짧은 시간에 샘플링을 통해 통계를 내지만 한국은행은 분기별로 제조업 전체를 집계하기 때문에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통계청 자료가 실물 동향을 빠르게 파악하기 위한 속보성 지표라면 한은 자료는 모든 경제주체가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까지 반영한 수치라는 설명이다.

한국JP모간 관계자는 "시장 참가자는 각 기관이 내놓은 자료에 담긴 설명이나 언론 보도만 보고 상황을 판단하는 탓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산업생산, 건설투자 등 엇갈리기 일쑤

통계청과 한국은행의 엇갈린 건설투자 수치

통계청은 지난달 28일 ‘2014년 1월 산업활동동향’ 발표에서 지난해 3분기 건설투자가 전기 대비 0.1% 줄었다고 발표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1월 23일 ‘2013년 4/4분기 및 연간 국내총생산’ 발표에서 전기 대비 건설투자가 3.2% 증가했다고 집계했다.

두 기관의 엇갈린 집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통계청과 한국은행은 지난해 다른 산업생산 통계치를 내놓은 바 있다. 한은은 2013년 1분기 광공업생산이 1.4% 증가했다고 지난해 4월 발표했다. 통계청은 4일 뒤 ‘2013년 3월 산업활동 동향’에서 전월비 광공업생산이 전기 대비 0.9% 줄었다고 집계했다. 광산업은 1월(-1.2%), 2월(-0.8%), 3월(-2.6%) 계속 전월 대비 감소세였다. 당시 발표에서 설비투자 지표도 크게 엇갈렸다. 통계청은 3.3% 감소로, 한은은 3.0% 증가로 추계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은 광산업이나 제조업 등은 전국 모든 생산 시설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기 때문에 통계청보다 조사 범위가 넓다”고 말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통계청은 전체가 아닌 일부 업체만 샘프링해서 조사하다 보니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은행과 큰 차이가 없지만 세밀하게 보면 차이가 생긴다”며 “더 많은 업체를 조사해 한국은행과 차이를 줄이려고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수치가 다르면 보통 경기 전반에 대해서는 한국은행 통계를, 매월 경기의 흐름을 볼 때는 통계청 수치를 참고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 소비 통계는 반대로 산정

통계청과 한국은행 소비지표 비교

통계청과 한국은행의 엇박자는 가계 소비 분석에서 더 뚜렷이 드러난다. 통계청은 지난달 21일 ‘2013년 연간 가계동향’을 발표했다. 통계청 조사 결과, 2012년 3분기부터 6분기 연속 가계 실질소비가 줄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같은 기간 발표한 통계는 가계(민간) 소비가 지난 2, 3, 4분기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민간소비는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소비를 나타내는 지표다. 비영리단체 소비 비중이 적다보니 통상 가계소비와 민간소비를 혼용해 사용한다.

한영석 이언 이코노믹컨설팅 대표는 “통계청 수치만 보면 2009년 국제 금융위기 당시만큼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태다. 소득이 늘고 소비가 줄면 불황형 흑자 기조로 간다. 소비자가 돈을 쓰지 않고 모을 때 경제성장은 둔화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정반대 분석을 내놨다. 한국은행이 지난 1월 밝힌 ‘2013년 연간 GDP’에서 지난해 2·3·4분기 가계 소비는 크게 호전돼 경제성장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민간 소비의 경제 성장 기여도는 0.4~0.5%포인트로 2011년 이후 가장 높다. 한국은행은 “민간소비가 꾸준히 늘어나고 설비 투자 증가세도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경제정책 관련 통계자료를 내는 국가 기관이 엇갈린 통계치를 발표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봉걸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통계를 볼 때 단순히 수치만 보지말고 표본조사한 자료들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며 “조사 기준과 방법이 다르므로 각 기관이 경제 동향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