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 상승에 그쳤다. 16개월 연속 1%대 이하 상승률이다. 한국은행 중기물가목표(2.5~3.5%)의 하단에도 못미치는 저물가 행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이다. 농산물 가격 급락, 석유류 가격 안정세와 경기부진에 따른 수요 부진이 맞물린 결과다. 그러나 집세를 비롯해 각종 공과금, 가공식품 등의 물가는 올라 서민들의 체감 물가는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2014년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 상승했다. 2012년 10월(2.1%) 이후 0.9~1.6% 범위에서 횡보하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전달 대비로도 0.3% 상승, 1월(0.5%)에 비해 상승률이 둔화됐다.

지난해 기상 호조에 따른 풍작으로 농산물 가격의 급락세가 지속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더욱 둔화하고 있다. 지난달 배추(-58.7%)를 비롯해 파(-43.4%), 고춧가루(23.4%), 당근(-66.3%), 양파(-32.5%) 등 주요 채소 가격이 전년 동기보다 급락했다. 전체 농산물 가격은 12.7% 하락, 소비자 물가를 0.6%포인트 끌어내리는 요인이 됐다. 축산물(7.4%)과 수산물(1.2%)이 상승했지만 농산물 하락폭이 워낙 커 농축수산물은 5.4% 떨어졌다.

반면 장바구니 물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가공식품은 4%의 오름세를 보였다. 우유(11.8%), 비스킷(22.1%) 등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 자릿수의 오름세를 보인 까닭이다. 가방(12.5%), 여자외투(8.9%), 점퍼(7.9%) 등 의류로 상승했다. 다만 휘발유(-3.6%), 경유(-3.8%) 등 석유류 가격이 떨어지며 공업제품의 상승률은 1.7%에 그쳤다.

공공요금과 공공서비스 가격도 올랐다. 도시가스(10.9%), 전기료(2.7%) 등이 일제히 오르며 전기·수도·가스료는 6% 상승했다. 택시료(11.0%), 하수도료(11.9%) 등은 10% 이상 올랐다. 다만 치과 진료비(5.0%)가 떨어지며 전체 공공서비스는 0.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집세도 2.5% 올랐다. 전세는 3.1%, 월세는 1.4% 상승했다. 개인서비스는 공동주택관리비(3.5%), 미용료(4.7%) 등이 올랐음에도 유치원 납입금과 보육시설 이용료가 정부 지원으로 20% 이상의 내림세를 지속하며 0.9% 오르는 데 그쳤다.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4% 하락하며 석 달 연속 두 자릿수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로는 2.2% 상승했다. 신선채소는 지난해 2월보다 25.7% 하락했고, 신선과실과 기타 신선식품도 각각 3.7%, 19.8% 하락했다. 반면 신선어개는 0.4%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4% 상승했다. 식품은 0.6% 떨어졌지만 식품 이외가 0.8% 오른 영향이다. 전월세를 포함한 생활물가지수는 0.7% 올랐다. 전달과 비교해서는 생활물가지수는 0.3% 상승했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7% 올랐다. 근원물가지수는 지난해 11월(2.0%)을 제외하면 2012년 3월 이후로 계속해서 1%대를 기록하고 있다. 전월과 비교해서는 0.2% 올랐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지난해 2월보다는 1.4% 상승했고 올해 1월 보다는 0.2% 올랐다.

16개 광역시도별로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은 광주(1.4%)였고 대구(1.3%)와 경남, 서울(1.2%)도 전국 평균에 비해 높은 편이었다. 반면 강원은 0.4%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전국에서 가장 낮았고, 대전과 경기 충남(0.8%)도 낮은 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