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위기가 계속되면서 한국 수출에 빨간 불이 켜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한국 수출액이 전년동월대비 1.6% 증가한 429억89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전년동월대비 소폭 감소했던 1월보다는 괜찮은 실적이지만 여전히 증가율 자체는 지지부진하다. 산업부도 당초 기대보다 수출 증가율이 미흡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 선진국·신흥국 모두 안 좋다…갈 곳 없는 한국 수출

지난달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수출 증가율이 지지부진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고, 신흥국의 경제 위기가 계속되면서 한국 수출시장이 모두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지역별 수출 동향을 보면 아세안과 유럽연합(EU), 중국으로의 수출은 증가했다. 주로 철강제품, 정밀화학제품, 일반기계 같은 품목의 수출이 늘어난 덕분이었다. 하지만 액정디바이스, 선박 등 한국의 주력 품목은 이들 지역에서도 수출이 줄어든 모습이었다.

미국, 일본, 중동, 중남미 같은 지역은 수출이 오히려 감소했다. 미국으로의 수출은 자동차가 증가한 반면 산업기계와 무선통신기기는 감소했다. 대표적인 수출 품목인 무선통신기기 수출이 3.3% 감소하면서 미국으로의 총 수출도 14.4% 감소했다. 신흥국 중에서도 인도네시아, 남아공으로의 수출은 각각 34.9%, 69.1% 감소했다.

연초 수출 부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수출이 늘어날 여지가 없었다. 국제금융센터는 한국 전체 수출의 42.5%를 차지하고 있는 10대 신흥국(중국, 터키,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 브라질, 멕시코)의 경기 부진으로 올해 한국 수출 실적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한국의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은 10대 신흥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선방할 것이라는 분석노 내놨다.

하이투자증권도 최근 경제분석보고서를 통해 "신흥국 위기, 중국 리스크, 미국 경기 둔화 우려 등 글로벌 3대 위험요인이 한국 수출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국내 수출 회복이 가시화되려면 미국과 아세안 지역으로의 IT, 자동차 수출이 늘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 IT·자동차 좋고, 선박·석유화학 안 좋고

주력 품목별 수출은 희비가 엇갈렸다. 대표적인 수출 품목인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23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동월대비 34.5% 증가한 것이다. 산업부는 신흥국 중심의 보급형 모델 수요가 늘었고, 국내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도 확대된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반도체도 D램 가격 강세가 이어지면서 수출액이 전년동월대비 14.5% 증가한 44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자동차도 조업일수 증가의 영향으로 40억2000만달러를 수출했다.

반면 석유화학과 선박 수출은 부진했다. 석유화학 제품은 신흥국 시장 불안으로 유가가 하락하면서 단가도 함께 하락한 영향을 받았다. 지난달 석유화학 수출액은 38억3000만달러로 6.8% 감소했다. 선박은 수출물량이 전반적으로 감소한 가운데 고부가가치 선박 인도가 줄어들면서 수출액도 7% 감소한 24억7000만달러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산업부는 “선박의 경우 선주의 요청 등으로 인도가 지연되는 사례가 빈번해 한국 수출의 본격적인 회복세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수입은 전년동월대비 4% 증가한 420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원유, 석탄 수입이 줄면서 원자재 수입이 4.3% 감소했고, 자본재와 소비재 수입은 증가했다. 소비재의 경우 자동차 수입이 크게 늘었다. 1500cc 초과 가솔린자동차 수입은 164.6%, 2500cc 이하 디젤자동차 수입은 92.1% 증가했다.

◆ 2분기부터 수출 회복세 본격화 전망

산업부는 2분기부터 수출이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본격적인 선진국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신흥국 위기까지 겹치면서 한국 수출 증가율이 당초 기대보다 미흡한 수준”이라며 “산업계에 따르면 2분기 이후 수출회복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2분기 이후 수출 회복이 가시화될 것으로 봤다. 이 연구원은 “2분기 중후반부터 수출 회복세가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날씨 영향이 사라지면서 미국 경기가 정상화될 것으로 보이고, 환율 부담도 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