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부 대(大)개발' 3대 거점 도시 중 하나인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은 최근 10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질주하고 있다. 개인 소비도 활발해 지난해 시민들의 1인당 GDP(5만7105위안)는 1년 새 13% 정도 늘었고, 2005년 1만위안 남짓하던 1인당 소비 지출액은 6년 만에 2.4배(2만4000위안)로 불었다.

이형연 한국관광공사 시안 지사장은 "한국행을 택한 시안 시민들이 2011년 1만2887명에서 지난해 3만4356명으로 2년 만에 두 배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시안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로 3시간 안팎 거리(1600㎞)에 있어 한국 시장의 매력에 따라 중국인 관광객은 얼마든지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10년 내수 불황'에 허덕이는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로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로 지평을 넓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인구 5000만명 규모의 내수 시장으로는 성장 한계가 너무 뚜렷하기 때문이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내수 산업이 자생력을 가지려면 시장 규모가 1억명은 넘어야 한다"며 "우리 주변국을 내수 시장 울타리로 끌어들이려는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Zone'… 15억명을 잡아라!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반경 2000㎞ 이내 국가 인구는 15억명, 3000㎞ 이내로 확장하면 17억명이 넘는다. 이 중 2000㎞ 범위 안에 있는 100만명 이상 도시만 꼽아도 중국·일본 등 5개국 147개이며, 이 도시 인구만 3억9000만명이다. EU(5억936만명)보다 적지만 미국(3억1643만명)보다 더 많다. 일단 이 147개 도시를 공략한 뒤, 인근 지역으로 시장을 넓히면 결국 17여억명 모두를 우리 내수 범위로 끌어올 수 있다. 예상한 현대경제연구원 박사는 "반경 3000㎞는 시간당 900㎞로 직선 비행할 때 평균 3시간 21분 정도 걸린다"며 "이 범위가 우리가 전략적으로 공략할 '한국형 신(新)내수 시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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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시간은 국내에서 보낸 택배(宅配) 물건이 당일에 배달될 수 있는 거리다. 미국 동~서부 거리가 4000여㎞인 점을 감안하면 하루 생활권이다. 비행시간 1시간 15분쯤 거리에 있는 반경 1000㎞ 이내로 범위를 좁혀도 대도시 인구만 2억768만명이다. 이들만 제대로 공략해도 한국 내수 시장이 4개나 더 생기는 셈이다.

이런 '외연 확장' 전략은 저(低)성장·저출산율 시대에 '필연적 선택'이다. 국내 합계 출산율(만 15~49세 여성이 평생 낳는 아기 수)이 1.19명으로 추락했고, 매년 신생아는 45만명 밑으로 떨어져 2031년부터 인구가 감소하는 현실 때문이다.

◇주변국도 '내수 확대' 경쟁… 면밀한 전략과 실천이 관건

'K-Zone'의 핵심 공략 대상이 인구 100만명 이상 도시라는 점도 중요하다. 이런 도시는 국제공항을 갖춘 경우가 많고 대도시 거주자들의 소비 수준은 농민들보다 월등히 높다. 일례로 1인당 GDP 7만9100위안(2012년 기준)으로 중국 269개 도시 중 28위인 후베이성 우한(武漢) 시민의 1인당 가처분 소득은 농촌보다 2.5배 이상 많다.

문제는 주변국들도 '내수 시장 확대' 경쟁을 벌인다는 점이다. 카지노 산업이 대표적이다. 마카오와 2009년 카지노 산업을 시작한 싱가포르가 독과점하던 시장에 최근 일본과 대만·러시아·베트남·필리핀·캄보디아까지 뛰어들고 있다. 이들 역시 반경 3000~4000㎞ 안에 있는 아시아 고객을 정조준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의료와 지역 축제, K팝 같은 분야에서 'K-Zone'의 성공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 내 병원을 찾는 외국 환자는 2009년 6만201명에서 2012년 15만9464명으로 250% 넘게 늘었다. 중국·일본은 물론 러시아·몽골·베트남 등에서 오는 환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작년 11월 홍콩에서 열린 K팝 음악축제 '2013 MAMA'는 50여분 만에 티켓 1만여장이 매진됐다. 행사를 기획한 CJ E&M 신형관 상무는 "일본과 중국, 동남아를 비롯해 유럽·남미 등 세계 각국에 있는 1700만명의 한류 팬들은 'K-Zone'의 최대 우군(友軍) 세력"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동국대 교수는 "1980년대 초 사업을 시작한 국내 반도체 업계가 일본을 추월하는 데 30년이 걸렸다"며 "이번 내수 확장 경쟁에서 뒤졌다가 주도권을 다시 잡으려면 20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