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 제작사 디즈니가 27일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디즈니는 글로벌 대형 제작사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온라인을 통한 콘텐츠 유통을 거부해왔다. 앞서 워너 브러더스와 20세기 폭스, 소니 등은 2년 전부터 온라인 서비스에 참여해왔다.

겨울왕국으로 최근 큰 관심을 모은 디즈니마저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디지털 영화 유통 시장을 잡기 위한 메이저 제작사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모바일 기기 사용자가 늘면서 영화 시청 습관이 변하고 있다”며 “점점 감소하는 DVD 판매를 대체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 디즈니의 온라인 유통 실험…애플 선택한 이유는?

디즈니는 이날 애플 모바일 운영체제(OS)인 iOS용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앱·응용 프로그램) ‘디즈니 무비 애니웨어(DMA)’를 출시했다. ‘어디서나 디즈니 영화를 본다’는 뜻의 이 앱은 유료로 구입한 디즈니의 디지털 영화를 PC와 모바일 기기에서 볼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애플 TV나 아이튠즈에서 구매한 디즈니 영화도 이 앱에서 볼 수 있다. 또 디즈니 영화뿐만 아니라 다른 제작사인 마블(Marvel), 픽사(Pixar)가 제작한 영화도 구매할 수 있다.

디즈니 리테일 매장.

디즈니는 대형 제작사 가운데 마지막으로 온라인 유통 대열에 합류했다. 2년전 대형 제작사들은 디지털 영화 클라우드 저장 ·운영 플랫폼인 ‘울트라바이올렛’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당시만 해도 디즈니는 참여 거부의사를 밝혔다. 플랫폼 이름과 클라우드 기술이 디즈니 콘텐츠 핵심 소비층인 가족에게 혼란을 준다는 게 이유였다. 굳이 이 플랫폼에 참여하지 않아도 브랜드 인지도가 충분히 높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디즈니도 DVD매출이 점점 감소하는 상황을 감당하기 어렵게 됐다. 소비자들의 사용 패턴이 점점 디지털 콘텐츠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미국 영화산업 연합체인 디지털엔터테인먼트 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디지털 영화와 TV프로그램 지출은 전년보다 47% 늘어난 11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디즈니가 협력사로 애플을 선택한 것은 아이튠즈라는 강력한 네트워크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아이튠즈가 전체 디지털 영화 구매액의 60% 정도를 차지한다고 전했다.

◆ 워너·CJ E&M 등도 온라인에 집중…“트렌드 거스를 수 없어”

뉴욕타임스는 “할리우드 제작사들은 소비자가 모두 디지털로 전환하기를 촉구하고 있다”며 “영화를 DVD로 파는 것보다 온라인으로 파는 수익이 3배나 더 많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유통의 도입은 최근 영화 제작사들 사이에선 유행이 됐다. 미국의 워너브라더스는 이달 11일 미국 온라인 방송 콘텐츠 기업 컴캐스트와 손잡고 영화 콘텐츠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해 흥행작 ‘그래비티’를 비롯해 ‘호빗’, ‘반지의 제왕’ 등 인기작들을 컴캐스트의 TV 플랫폼을 통해 공급하기로 했다.

CBS, 디스커버리, 드림웍스, 비아컴 등 글로벌 콘텐츠 업체들은 온라인 스트리밍 전문 유통 업체 넷플릭스와 공급 계약을 맺었다. 국내에서는 CJ계열사인 CJ E&M와 CJ헬로비전의 N스크린(영화나 드라마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에서 보는 서비스) 서비스인 ‘티빙’을 통해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유통 시장의 디지털 쏠림 현상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영화를 내려받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독자적인 시장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20~30대 젊은층일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CJ헬로비전에 따르면, 영화의 경우 20대는 88%가, 30대 81%가 모바일 기기로 시청했다. 40대는 65%, 50대 이상은 63%였다.

전문가들은 모바일 환경에서 영화를 보는 것과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행위가 구분되기 시작했다고 본다. 이에 따라 특정 영화에 대한 선호도와 장르에 따라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와 ‘주문형비디오(VOD)로 가볍게 볼 영화’가 구분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