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은 크게 공공 임대주택 공급 확대, 임대시장 활성화, 임대사업자 지원 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전세에서 월세로 주택 임대시장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큰 틀에서 이번 대책의 방향성은 맞다고 평가한다. 다만 전세난을 당장 잠재울만한 대책이 아니고, 정부의 월세전환 독려가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월세시장 공공화로 임대소득에 따른 과세가 철저히 진행될 전망된다. 따라서 세제혜택만으로는 민간 임대사업자를 시장에 끌어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19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 "월세 패러다임으로 전환…전세 대책 병행없어 아쉬워"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 발표가 전세에서 월세로 넘어가는 임차 시장의 필연적 흐름에 맞춘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주요 내용인 임대사업 리츠 활성화, 임대사업자 세제혜택 등은 기존에 논의되던 내용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전세난이 심한 상황에서 장기 전세주택 같은 전세대책이 없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위원은 "전세 공급 확대나 다주택자가 전세 시장에 물건을 내놓는 유도책 등을 병행했어야 하는데 그런 내용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장기전세주택 같은 효율적인 전세난 대책은 자금부족으로 실행할 수 없어 월세시장 지원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SH공사 같은 경우 지난해 말 기준 부채가 10조원이 넘었다. 마곡지구 같은 택지개발, 은평뉴타운 등도 원인이지만 장기전세주택인 시프트 공급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전세 공급 확대 대책 마련이 어렵더라도 자구책 강구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 팀장은 "신규 건설 아파트 단지에 용적률 완화 등 혜택을 줘 시프트 공급량을 늘리는 방안 등이 마련될 수도 있었는데 전세 공급량 확대 방안이 없어 이번 선진화방안 효과에 대한 기대치가 낮다"고 말했다.

◆ "집주인 월세소득 세금폭탄 우려, 사업자 끌어들이는 매력도 부족"

지난 19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 참석한 서승환 국토부 장관

업계 전문가는 이번 대책으로 임대시장이 빠르게 월세시장으로 전환되면 장기적으로 중산층에게 불리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임대시장에 사업자를 끌어들일만한 혜택이 많지 않아 시장 활성화가 더딜수도 있다고 말했다. 월세 소득에 세금이 부과되면서 기존 임대인 수마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부동산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전환 되면 장기적으로 생활 경제에도 변화가 온다. 월세 지출이 고정돼 사교육비, 의료비, 기타 소비 등이 줄어들 수 있다. 이남수 신한은행 팀장은 "전세시장 덕분에 중산층이 목돈 마련이 가능했고 노후대비 저축 여력이 있었다"며 "월세 시장 중심으로 변하면 고정 지출로 노후대비가 어려워지고 집주인에게만 유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집주인의 월세소득이 노출되면서 단기적으로 시장에 미치는 충격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번 대책이 실행되면 월세소득에 대한 과세는 피할 수 없게된다. 월세 임대사업을 운용중인 일부 집주인은 최근 소득에 대한 과세 때문에 오히려 사업에서 손을 떼는 경우도 있다.

이번 대책에는 3년 안에 연말정산의 월세소득 공제를 신고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대책은 임대인이 월세 소득 신고를 피할 수 없게 하기 위해 만들었다. 임차인이 월세 소득공제를 받지 않는 대신 월세를 낮추는 등 이면 합의하더라도 계약 기간 1~2년이 지난 후 소득공제를 신청할 수 있다. 임차인을 믿고 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임대인은 월세 소득에서도 손해를 보고 가산세까지 내야할 경우가 생긴다. 결국 임대인에 대한 과세가 투명해질 것으로 국토부는 기대하고 있다.

과세 투명화, 세입자 보호 등 월세 관련 제도가 임대사업 장려라는 정책 목표와 상충된다. 임대 사업자를 위한 대책이 구체적으로 나와야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임대사업자에 대한 소득세 감면 혜택이 있는데 이것을 시뮬레이션(가상 실험)을 통해 얼마나 액수를 줄일 수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갑 위원은 "우선 임대사업자 육성방안이 전세난 해소에 바로 약효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월세 임대사업자가 많이 나오려면 초기비용 부담을 줄일 대책과 월세소득 구간에 따른 과세체계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