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공개된 갤럭시S5는 하드웨어 측면에서 적지 않은 진보가 있었다. 디지털 카메라에 버금가는 1600만 화소(畵素)의 카메라와,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에 탑재한 심장 박동 측정 센서, 지문 인식 기능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새로운 기능들이 깜짝 놀랄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갤럭시S5의 사양과 기능이 공개되면서 스마트폰의 혁신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플·LG전자·소니·화웨이 등 경쟁사의 하드웨어 개발 능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삼성이 이들과 하드웨어 부문에서 격차를 벌리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신 연세대 글로벌융합기술원장은 "갤럭시S1에서 5까지 오면서 매번 하드웨어적으로 도약했지만 도약의 폭은 계속 작아지고 있다"며 "이제 한계를 향해 가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대신 삼성전자는 고객들이 꼭 필요로 하는 주요 기능의 편의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 때문에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은 "기본에 충실했다(back to basics)"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4월 11일부터 150여개 국가에 갤럭시S5를 출시할 계획이다. 올 하반기 나올 애플 '아이폰6'(가칭)와 세계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할 전망이다.
◇하드웨어 성능 향상
세계 최대 모바일·통신 전시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obile World Congress) 2014' 개막 첫날 열린 이날 행사에는 유럽·미국·중국·러시아 등 전 세계에서 5000여명의 기자와 IT 전문가들이 몰려, 세계 1위 업체의 전략폰에 대한 기대를 보여줬다.
갤럭시S5는 5.1인치의 풀HD 화면을 탑재해 갤럭시S4(4.99인치)보다 조금 커졌고, 무게나 두께는 비슷했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디지털 카메라에 버금가는 강력한 성능의 카메라를 탑재한 것을 꼽을 수 있다. 1600만 화소에다, 0.3초 만에 자동으로 초점을 맞추는 기능을 갖췄다. 스마트폰 중에선 최초로 심장 박동 센서를 탑재했으며, 신용카드 없이도 모바일 결제를 할 수 있는 지문 인식 기능도 들어있다. 통신 속도는 LTE와 와이파이를 하나처럼 사용하는 '다운로드 부스터(Download Booster)' 기능을 통해 최대 초당 1기가비트(Gb)를 실현했다. 영화 한 편을 13초에 다운로드할 수 있는 속도다.
스마트폰 이용환경(UI)에도 변화가 있었다. 예컨대 갤럭시S4는 기능 설정 화면이 복잡하게 글로 나열했지만, 갤럭시S5는 아이콘(기능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정리해 한눈에 더 많은 정보가 들어오고 깔끔해졌다. 삼성전자의 신종균 IM(IT·모바일)부문 사장은 "갤럭시S5는 스마트폰 본연의 기능을 가장 충실하게 완성한 스마트폰"이라고 말했다.
◇깜짝 놀랄 혁신은 없어
1시간 동안 진행된 행사에서 청중들이 손뼉을 친 대목은 방수 기능을 소개할 때를 포함해 2~3군데에 불과했다. 갤럭시S5를 공개하기 전, "풀HD보다 2배 좋은 최고 화질(QHD)을 썼을 것" "홍채 인식 기술을 세계 최초로 탑재할 것" 등 다양한 추측이 있었으나 모두 실현되지 않았다. 세계 1위 업체의 전략폰으로선 2%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고민이 묻어나는 대목"이라고 봤다. 이런 기능을 탑재하면 원가가 올라가 출고가가 비싸진다. 하지만 세계시장은 중저가 중심으로 재편돼, 더 이상 가격을 올려선 시장 장악력을 빼앗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조신 교수는 "스케이트로 비유하면 삼성전자는 예전에는 경쟁사보다 한 바퀴씩 차이를 낼 수 있었으나 이제는 스케이트 날만큼만 앞서간다고 볼 수 있다"며 "어쨌든 그 한 발짝이 삼성의 브랜드 파워이자 '선도자'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삼성 기어2' '삼성 기어2 네오' '삼성 기어 핏' 등 3종의 웨어러블 기기(Wearable Device·몸에 착용하는 컴퓨터)도 함께 선보였다. 갤럭시 스마트폰과 짝을 이뤄 사용하는 '동반 제품군'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삼성 기어 핏'은 심박수를 측정할 수 있고, 걷기, 달리기, 자전거 등 운동량을 측정하는 건강관리형 전자밴드다. 손목 착용감을 좋게 하기 위해 1.84인치 크기의 휘어지는 화면을 썼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2억대 이상 팔린 갤럭시S 시리즈의 후속작인 만큼, 수천만대를 파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하드웨어 기본 기능 혁신만 가지고 세계 1위의 영향력을 더 강화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