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011년 1월 횡령ㆍ배임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기 시작한 지 약 3년이 지났다. 한화(000880)의 주가가 이 기간 동안 40%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하락함에 따라 시가총액은 1조3497억원 감소했다. 증권 업계와 재계에서는 김 회장의 구속으로 그룹 경영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 하락의 주원인이 됐다고 분석한다.

재판이 진행돼온 3년 동안 한화의 주가는 재판부의 선고 형량, 검찰 구형량이나 김 회장의 거취에 따라 널뛰곤 했다.

지난 18일 김 회장이 한화를 비롯한 7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 한화의 주가는 2% 가까이 하락했다. 앞서 11일 횡령ㆍ배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데 따른 법적 조치였다.

11일 파기환송심에서 김 회장의 형량이 확정됐을 때는 반대로 주가가 2% 올랐다. 검찰 구형량(징역 9년ㆍ벌금 1500억원)보다 훨씬 낮은 형이 선고돼, 경영 공백이 당초 예상보다 크지 않으리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2년 2월 검찰이 김 회장에게 징역 9년에 벌금 1500억원형을 구형했을 때 한화의 주가는 하루만에 4.6% 하락했다. 이보다 앞서 2011년 1월 검찰이 김 회장을 기소했을 때도 주가가 이틀 동안 6% 넘게 떨어졌다.

이처럼 한화의 주가는 재판부와 검찰의 결정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며 3년 동안 39.27% 하락했다. 2011년 검찰 기소 전까지 주당 5만7300원에 달했던 한화 주가는 지난 19일 3만4800원까지 떨어졌다. 3조9582억원이었던 시가총액도 2조6085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한화의 주가가 하락하는 동안, 계열사인 한화케미칼의 주가는 거의 반토막이 났다. 검찰의 기소 직전 주당 4만950원에 거래됐던 한화케미칼 주식은 현재 50% 넘게 하락한 2만250원에 매매되고 있다. 시가총액은 4조950억원에서 2조8407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도 주가가 10% 넘게 떨어졌으며, 시가총액은 6775억원 감소했다.

한화그룹주가 하락하며 시가총액이 크게 감소한 이유는 김 회장의 구속 여부가 회사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감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오너가 구속될 경우 회사 경영에 공백이 생겨 기업 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해, 향후 주가가 더 떨어지기 전에 보유 주식을 내다 파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사례로 지난해 10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사기와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되자, 계열사 동양증권의 주가는 하루만에 8% 넘게 급락했다. 작년 12월 STX중공업의 채권단이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을 고소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도 STX(011810)는 곧바로 하한가를 기록했으며 STX중공업의 주가는 하루만에 7% 가까이 하락했다.

한화의 주가 흐름이 김 회장의 재판 결과와 관련됐다는 분석에 대해, 한화그룹측은 일부 긍정하는 한편 "다른 요인들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아무래도 이 사건이 회사 주가에 미친 영향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그룹의 사업이나 분위기에 간접적인 영향을 받아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오너가 검찰에 기소됐던 2011년에 비해 현재 그룹 계열사들의 실적이 악화됐으며, 특히 한화케미칼의 경우 태양광 산업의 업황이 많이 안 좋아졌다"면서 주가 하락의 또다른 이유들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