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흠 대한의사협회측 의료발전협의회 단장.

“정부와 이면 합의는 전혀 없었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과 마찬가지로 협상단도 정부의 원격진료와 투자활성화 대책에 반대한다.”

보건복지부와 의료발전협의회를 구성해 협상에 나섰던 임수흠 의사협회측 단장(의사협회 부회장 겸 서울시의사회장)은 19일 오후 서울시의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협의 결과에 오해가 많다”며 이 같이 말했다.

지난달 의사협회와 복지부는 각각 4명씩 총 8명이 참여하는 의료발전협의회를 구성하고 원격진료 등 의료현안에 대해 6차례 논의를 거쳐왔다. 이후 의료발전협의회는 협의 결과를 지난 18일 오전 공동 발표했으나, 노환규 의사협회장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외부에는 의사협회 내 분란처럼 비춰졌다.

임 단장은 “협의 결과문의 문구를 신중하게 정했음에도 애매한 표현이 많아 사실과 다르게 보도된 기사가 많다”며 원격의료, 투자활성화, 의료제도 개선 등 각 항목에 대한 협의 결과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임 단장은 “IT기기를 통한 환자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포괄적인 의미의 원격의료는 인정하지만 환자와 의사가 얼굴을 대면하는 것을 컴퓨터나 모바일 화면이 대신하는 원격진료에 대해서는 물러선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 허용 등을 담은 투자활성화 대책에 대해 “사무장병원 등을 통한 부의 유출이 일어날 수 있으니 합의해줄 수 없다고 했다”며 “어차피 원격진료와 투자활성화 대책은 합의를 볼 수 없으니 국회에서 논의를 거쳐 해결하자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의료발전협의회의 협의 결과문에는 “원격진료와 처방에 관해 의사협회는 시범사업을 통해 타당성을 검토한 뒤 법안이 개정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적혀있다. 그러나 “협의회는 이러한 입장 차에도 불구하고 대면진료를 대체하지 않는 의사와 환자간 원격모니터링과 원격상담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인정하기로 했다”고 써있다. 또한 “양측은 원격의료 개정법안에 대해 국회 논의과정에서 양측의 입장 차이를 충분히 논의하기로 했다”고 돼있다.

이는 그동안 의사협회가 반대해온 법안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해석돼 뜻을 함께하던 보건의료단체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협의 결과문은 투자활성화 대책에 대해 ‘의사협회는 의료의 특수성과 공공성에 근거해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서 의료 분야를 제외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은 없다. 다만 ‘협의회는 투자활성화 정책이 의료법인의 자본유출 등 편법이 발생하지 않도록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기로 했다’고 쓰였다. 왜곡된 의료민영화 논란은 우려되지만 정부 정책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 이유다.

의사협회측 협상단은 이 같은 내용을 17일 비상대책위원회에 보고하며 공동 기자회견으로 밝히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노 회장은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비대위 위원 22명 중 18명이 찬성해 정부와 공동 합의문이 발표된 것이다.

임 단장은 “노 회장이 협의문의 여러 모호함을 지적했는데 협상을 위임 받은 단장으로서는 최대한 좋은 밥상을 차리는 게 맞다고 봤다”며 “정상적인 진료를 방해했던 다른 제도 개선도 약속을 받았고 원격진료와 투자활성화 대책은 국회에서 추후 논의하기로 한 것일 뿐 합의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 회장은 “정부의 모호한 표현과 구두 약속은 믿을 수 없어 반대한 것”이라며 “우리 협상단이 순진하게 정부에게 이용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노 회장은 이어 “슈퍼갑인 정부를 상대로 을이었던 의사협회와 보건의료단체 등이 처음으로 대등하게 협의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아쉽게 마무리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