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나오던 심은하도 이 동네 살면서 돈 많이 벌어 나갔어. 화장품 광고 나오고 할 때 저기 살았거든. 우면산 기운이 내려온다고 소문이 나면서 유명한 사람들이 몰렸지. 지금은 너무 집이 비싸서 거래가 전혀 안 되고 있지”

새마을 운동이 끝나가던 1979년. 정부는 우면산 남쪽에 삼삼오오 흩어져 살던 주민들을 한 곳에 모여 살도록 했다. 가시나무가 많아 형촌(荊村) 마을로 이름 붙은 이곳은 한적한 분위기와 우면산의 뛰어난 경치로 소문이 났다. 유명인사들이 몰려들었고 부자가 모여 사는 동네가 됐다.

형촌마을 위치도

◆ 뛰어난 풍경에 몰려든 유명인사들

형촌마을이 처음 유명세를 탄 것은 1990년대 중반이었다. 서울에서도 강남 접근성이 좋고 한적한 전원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알려지면서 유명인사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1994년에는 쌍방울그룹의 2세인 이의종 현 트라이맥스 회장이 형촌마을에 주택을 매입했다. 이 회장은 쌍방울이 무너졌던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해당 주택을 매각했다. 현재는 이 회장 소유 업체 트라이맥스 도시개발이 해당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1998년에는 당시 인기스타였던 탤런트 심은하가 인근 우면 대림아파트에서 형촌마을로 이사왔다. 심씨는 2005년 결혼 전까지 이곳에서 거주했다. 한 동네 주민은 “심은하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할 때 여기 살았다”고 말했다.

구학서 신세계 회장 역시 1998년 11월 형촌마을 주택을 매입했다. 구 회장의 집은 심은하씨와 이의종 회장 집 사이로 우면산과 바로 맞닿은 곳이다.

구 회장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거주하던 1987년 11월 강남구 자곡동 단독주택을 먼저 매입했다. 2층 규모 단독주택이었다. 한적한 동네 분위기와 전원생활에 만족한 듯 뒤이어 1998년 형촌마을로 이사했다. 한 지역 주민은 "사업을 하던 전 주인이 돈이 없어 집을 싸게 내놓은 것을 샀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형촌마을은 2009년 황창규 KT 회장(당시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이 심은하의 주택을 매입하면서 다시 유명세를 탔다. 황 회장은 31억8000만원에 심씨의 집을 사들여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 단독주택을 신축했다. 건축면적은 153.6㎡(46평), 연면적은 344.1㎡(104평) 규모다. 황 회장은 지금도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

형촌마을은 지난 2011년 7월 서울에 104년 만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세간에 주목을 받았다. 당시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형촌마을 120가구 중 약 60가구가 토사와 물에 잠겼다.

우면산과 바로 맞닿은 곳에 살던 구학서 신세계 회장의 집에도 물이 들어찼고 전 부인인 고 양모 여사는 지하실 보일러를 점검하다 떠 내려온 토사에 휩쓸려 유명을 달리했다.

구학서 회장은 사고 발생 4개월이 지난 11월 건축허가를 받고 새집을 짓기 시작했다. 설계는 신세계 용인 인재개발원 등을 설계한 정림건축이 맡았다.

구학서 신세계 회장 자택

공사는 6개월 정도 진행됐고 2012년 5월 집이 완공됐다.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건축면적은 172.4㎡(52.5평), 연면적은 481.8㎡(145.7평) 규모다. 최대 3대까지 주차할 수 있다.

인근 지역 주민 관계자는 “구 회장이 재혼한 아내와 노모를 모시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집 위치나 자연 풍광이 좋다보니 이사를 안가고 재혼해서 산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형촌마을에는 이 밖에도 윤대원 학교법인 일송학원(한림대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법무법인 변호사, 교수, 중견기업 대표 등 유명인 다수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우면산 정기 이어지는 곳이지만 산 주변 몇 가구만 혜택”

형촌마을은 이사온 사람들은 이사를 나가지 않는 동네로 알려져있다. 한 지역 주민은 “봄·여름이 되면 우면산을 비롯해 주변 풍광이 아주 좋고 한적하고 조용해 살기가 매우 좋다”고 말했다. 교통도 편리하다. 우면산 터널을 이용할 경우 강남권 진출입 및 강북 지역으로 이동도 쉽다.

풍수지리학적으로는 우면산 기운을 내려받는 지역으로 평가됐다. 전항수 풍수지리원 연구원장은 “산과 맞닿은 몇몇 집들은 터가 매우 좋다”며 “명당까지는 아니고 길지 수준이긴 하지만 서울에서도 이 정도 길지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우면산과 맞닿은 부분에 구학서 회장, 황창규 회장, 쌍방울 일가 등이 몰려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산의 기운이 전체 마을에 퍼질 만큼 강하지 않고 전체로 퍼지기 어려운 지형이라 일부 지역에만 유명인사들이 뭉쳐서 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부자동네 소문에 시세는 껑충…매매는 활발하지 못해

형촌마을은 1979년과 그 이후 지어진 양옥주택이 대다수였다. 고급 단독주택은 10가구 미만이었다. 지역 주민들은 유명인사들에게 소문이 나면서 시세가 크게 올랐지만 매매 거래는 전혀 없다고 분석했다.

한 지역 주민은 “땅값이 평당 2000만원 중반 정도에서 팔라는 전화가 중개업소 등에서 많이 온다”며 “문제는 집이 30년도 넘은 곳이 대부분이라 주택을 신축해야 하는 상황이라 웬만한 부자가 아니고는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형촌마을 일반 주택들 모습

지역에서 20년 이상 정육점과 슈퍼를 운영 중인 한 주민은 “요즘에는 부자동네라고 소문이 나서 도통 거래가 안 된다”며 “몇 가구만 부자지 나머지 집들은 보면 40년 가까이 된 낡은 주택 그대로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자산관리업체 대지에셋 이건욱 변호사는 “형촌마을의 경우 우면산 산사태로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주변 여건이 좋다고 하더라도 자산 가치가 크게 상승하기는 어려운 지역”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