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 6월쯤 사업자 규제를 현행보다 대폭 완화한 '통신요금제 제도개선 로드맵'을 마련하기로 했다.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이용제도과 관계자는 13일 "요금제와 가계통신비 부담 및 이용자보호의 관계 등 제반사항을 고려해 6월 말까지 요금제 제도개선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된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통신요금 인가제를 폐지할 경우 통신사가 마음대로 요금제를 만들어 이용자 차별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에 폐지 자체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규제를 완화하는 선에서 이용자 차별방지와 경쟁 활성화를 위해 강력한 안전장치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통신요금 인가제란 1991년 선·후발 회사간 적정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도입됐다. 시장 점유율 1위 통신회사를 인가 통시회사로 지정해 이 회사가 신규 요금제를 출시할 경우 정부의 인가과정을 거치도록 한 것이다. 현재 SK텔레콤이 무선부분, KT가 유선부분에서 정부의 인가를 받도록 지정돼 있다.

그간 인가제도는 이동통신요금 인상을 억제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요금제를 시장에 맡겨 둔 미국 같은 경우 상대적으로 고가를 지불해야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업체 마음대로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미래부는 새로 만드는 로드맵에서 현행 인가제를 신고제로 완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지금까지 새 요금제를 출시할 때마다 신청서와 요금제 설계와 관련 서류를 제출했지만 앞으로는 신청서만 내고 심사할 때마다 필요한 서류만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미래부는 이와 관련해 인가제가 풀리면 통신사가 요금을 마음대로 올릴 수 있기 때문에 해외 사례 처럼 상한제를 지정하는 방법도 함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시장의 과반을 점유한 사업자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고 요금제 등에 인가를 받도록 하고 있는 곳은 경제협력개발국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이 유일하다.

이동통신업계는 인가제가 폐지되면 시장에 상당한 여파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가입자 50%를 차지하는 SK텔레콤이 KT나 LG유플러스보다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할 경우 나머지 업체들도 따라 올 수 밖에 없어, 전체적인 요금이 내려가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미래부는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SK텔레콤의 점유율이 더 늘면서 쏠림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인가제 대상기업인 SK텔레콤이 스스로 요금을 인하한 사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만약 요금할인을 생각했다면 현재 인가제 방식에서도 충분히 내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 SK텔레콤이 그동안 추진해온 초단위 과금, 발신번호표시 무료화, 기본료 인하 등도 정부의 눈치보기식으로만 요금을 인하해 왔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요금을 인하할 생각이 있었다면 인가제 상황에서도 충분히 내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며 "인가제를 폐지할 경우 50%의 점유율을 가진 SK텔레콤이 요금경쟁을 주도하면서 독점체제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기 때문에, 요금경쟁의 주도권은 후발사업자가 갖는 것이 경쟁활성화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미래부는 "현재 용역을 통해 세부적인 안전장치 등과 관련돼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4월에는 통신사와 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