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세탁기, 에어컨, 냉장고, 오븐 등 전자제품에 개성있는 옷을 입히는 전자업체들이 늘고 있다. 밋밋하고 획일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나 독특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입은 가전제품이 패션·인테리어 아이템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모뉴엘 아트 올인원PC

국내 가전회사 모뉴엘은 ‘모뉴엘 아트 올인원 PC’의 외관에 형형색색의 이미지를 입혔다. 모뉴엘은 이동기, 강석현, 하지훈, 하태임 등 4명의 국내 젊은 아티스트와 손잡고 컴퓨터를 미술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아토마우스’라는 캐릭터를 만든 이동기 작가는 모뉴엘 올인원PC의 본체에 아토마우스를 그려넣었다. 덴마크 국립 디자인스쿨을 졸업하고 계명예술대 교수로 있는 하지훈 작가는 컴퓨터에 한국의 전통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이렇게 각 4명의 작가별로 4개의 개성있는 디자인을 반영한 제품을 만들었고, 모뉴엘은 작품 1개당 25대를 한정 판매했다.

모뉴엘은 “올인원 PC 한정판은 국내의 포용력 깊은 작가들의 예술 유전자를 올인원 PC에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이라며 “하드웨어 스펙 경쟁에 지친 소비자들을 위하여 틀에 박히지 않으면서도 자유롭고 편한 아트 가전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LG전자(066570)는 수년전부터 가전제품을 만들면서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함께 협업해왔다. LG전자의 의류 관리기인 ‘트롬 스타일러’와 ‘디오스 광파오븐’에 는 세계 3대 산업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의 디자인이 들어갔다. 트롬 스타일러는 양복, 니트 등 입을 때마다 세탁하기에 번거로운 의류를 살균, 탈취해 새 옷처럼 관리해주는 기기다. 트롬 스타일러는 국제 디자인 상인 ‘레드닷 디자인상’과 ‘iF 디자인상’을 받았다.

LG전자는 작년에도 영국에서 유명 디자이너의 그래픽을 세탁기 외관 전체에 입힌 ‘홀리 펄튼 세탁기’ 한정판을 판매했다. 홀리 펄튼은 영국의 유명 디자이너로 화려한 색채와 대담한 문양으로 각광을 받은 아티스트다. LG전자 관계자는 “영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와 협력해 가전제품인 세탁기를 패션 아이템으로 재탄생시켰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지난 1월에는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 네이트 버커스와 손잡고 주방가전 패키지인 ‘LG 스튜디오 (STUDIO)’를 선보였다.

영국 디자이너 홀리 펄튼(왼쪽)의 디자인이 들어간 LG전자 세탁기

삼성전자(005930)는 BMW 디자이너 출신의 크리스 뱅글과 함께 만든 가전제품 신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크리스 뱅글은 기아자동차 디자인을 총괄하는 피터 슈라이어 사장, 월터 드 실바와 함께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불린다. 크리스 뱅글은 지난 2011년 7월, 삼성전자와 2년간 디자인 프로젝트 계약을 맺은데 이어 작년에 계약을 추가로 2년 연장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크리스 뱅글의 디자인을 도입한 세탁기를 1분기 안에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고있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분 사장도 최근 “올해 1분기 안으로 사용자 편의성을 높인 세탁기 신제품을 출시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