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9개월 연속 동결했다.

한은 금통위는 13일 2월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금통위는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뒤 계속 동결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대내외 긍정적인 요인과 부정적인 요인이 혼재돼 있어 시장 상황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와 미국 등의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양적완화 추가 축소(테이퍼링) 이후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가중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충격을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있지만 채권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의 순매수가 지속되고 있고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도 1080원대까지 올랐다가 다시 1060원대로 내려앉았다. 아직까지는 신흥국과 차별화된 모습이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행진, 넉넉한 외환보유고, 사상 최저 수준인 단기 외채 비중 등이 버팀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4분기 3.2%(전기대비 연율) 성장해 3분기(4.1%)에 이어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유지했다. 국내 경기 역시 개선되는 추세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전분기대비 0.9%, 전년동기대비 3.9%로 양호한 수준이었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도 전분기대비 각각 0.9%, 6.4% 증가했다. 지난 12일 발표된 1월 취업자 수는 70만명 늘어 12년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부진 우려가 커지고 있고 신흥국 금융불안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져 우리나라의 수출 감소 등 실물경제에 대한 염려의 목소리도 크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11일 '신흥국 금융불안, 금융경로보다 실물경로가 더 위협적'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경제 둔화도 잠재적 리스크이고 14개 취약 신흥국들과 중국에 대한 수출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40.5%에 달하는 상황에서 수출 둔화를 통해 우리나라 경기도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취약 신흥국과의 차별화에 대해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한편 조선비즈(chosunbiz.com)가 최근 2월 금통위 정례회의를 앞두고 경제·금융 전문가 2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21명 전원이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올해 연말까지 금리에 대해서는 동결할 것이라는 응답이 9명(43%)으로 지난달 6명(20명중 30%)에서 3명이 더 늘어났다. 하반기에 1~2차례 인상할 것이라는 응답이 9명(43%)이었고 1~2차례 인하할 것이라는 응답은 2명(10%)였다. '금리 인상' 전망은 지난달 10명에서 1명 줄었고, '금리 인하' 전망은 지난달 4명에서 2명이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