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진 여파로 지난해 국세가 당초 전망보다 8조5000억원 덜 걷혔다. IMF 외환위기 때인 1997년(8조6000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총세입도 11조원 덜 징수된 292조9000억원으로 최종 집계됐다.

이에 따라 세금을 거둬 쓰고 남은 돈인 세계잉여금은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또 세입 부족 등으로 대처하기 위해 지난해 쓰지 않은 예산(불용액)은 18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는 10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김병철 감사원 감사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13회계연도 총세입부와 총세출부’를 마감하고 지난해 정부의 세입·세출 실적을 확정했다.

총세입 292조9000억원 …세계잉여금 8000억원 적자

지난해 총세입은 292조9000억원,총세출은 286조4000억원이었다. 일반회계 세입은 232조4000억원, 특별회계 세입은 60조5000억원으로 각각 예상보다 8조3000억원, 2조7000억원 적게 거쳤다. 집행률은 일반회계는 94.5%, 특별회계는 82.5%로 집계됐다.

총세입에서 총세출을 뺀 결산상잉여금은 6조5000억원 발생했다. 이 중 7조2000억원이 2014년 회계년도로 이월되면서 8000억원의 세계잉여금 적자가 났다. 세계잉여금은 2012년 첫 적자가 발생했고 지난해에도 적자가 지속된 것이다. 일반회계에서는 813억원의 흑자가 발생했지만 특별회계에서 8365억원의 적자가 난 결과다. 기재부는 "이는 세입없는 세출이월이 가능한 특별회계의 특성에 따른 것"이라며 "주로 농특회계의 적자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일반회계 세계잉여금분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지방교부세 및 교부금 정산, 공적자금상환, 채무상환, 다음연도 세입이입 등에 사용된다.

세수 지난해보다도 덜 걷혀…2009년 이후 처음

지난해 국세수입은 총 201조9000억원이 걷혀 2012년(203조원)보다 1조1000억원(-1.1%) 덜 걷혔다. 예산(210조4000억원) 대비 부족액은 8조5000억원으로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7년(8조6000억원)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국세수입이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인 것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전세계 경제가 휘청거렸던 2009년 이후 4년만에 처음이다. 당시 국세수입은 164조5000억원으로 2008년(167조3000억원)보다 2조8000억원 가량 덜 징수됐었다. 이처럼 세수가 줄어든 것은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법인세와 증권거래세가 줄었고 부동산 경기의 둔화로 양도소득세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주요 세목별 수입실적을 보면 법인세가 전년보다 2조1000억원 줄어든 43조9000억원에 그쳤다.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법인들의 영업이익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코스피시장 상장사 중 12월 결산법인들의 2012년 영업이익은 58조8000억원으로 전년(61조1000억원)보다 3.8% 감소했다.

또 증권거래세는 주식거래대금 감소로 인해 전년(3조7000억원)보다 6000억원 줄어든 3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주식거래대금은 각각 986조원, 450조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7.6%, 14.8% 감소했다. 부동산 경기 회복의 지연으로 양도소득세도 2012년(7조5000억원)보다 8000억원 줄었다.

이 외에도 교통·에너지·환경세가 13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6000억원 감소했고, 전년도에 부과된 세금을 다음해에 내는 과년도 수입은 4조8000억원으로 전년(5조8000억원)보다 1조원 줄었다.

반면 근로소득세는 취업자수가 늘고 명목임금이 오르면서 전년(19조6000억원)보다 2조3000억원 증가한 21조9000억원을 기록했고, 종합소득세는 자영업자 신고소득 증가와 최고세율 과표구간 신설 등의 영향으로 1조원 늘어난 10조9000억원을 징수했다. 또 관세는 10조6000억원으로 전년(9조8000억원)보다 7000억원 늘었고, 부가가치세는 56조원으로 전년(55조7000억원)보다 3000억원 증가했다. 증여세도 지난해 처음 시행된 일감몰아주기 과세 덕에 4000억원 늘어난 4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불용액 18.1조 '사상 최대' …세수 결손 메우기 위한 '의도적' 불용 지적도

지난해 불용액은 일반회계에서 10조5000억원, 특별회계에서 7조6000억원이 각각 발생했다. 총 18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이같은 대규모 불용은 정부가 이례적인 세수 부족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씀씀이를 크게 줄이면서 발생했다. 당초 계획에 세수가 못 미쳐 지출을 많이 줄이거나, 불필요한 예산을 편성했을 경우에 불용액이 늘기 마련인데 작년에는 세수 부족이 원인이었다. 지난해 추경 편성에도 세수 부족이 워낙 커 불용 규모가 확대됐다.

김상규 기재부 재정업무관리관(차관보)은 "불용액 확대는 세입 부족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며 "인건비와 경상경비 절감, 재해비 등 미집행 예비비, 기금 여유자금 등을 통해 6조원 내외를 활용해 사업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석준 기재부 2차관도 "다행히 지난해에 자연재해가 없어서 예비비가 남았다"며 "회계·계정 간 이중계산을 제외하면 실제 불용액은 14조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정부가 막대한 세수결손을 의도적인 불용으로 해소했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가 지난해 초 추가경정예산(추경)이 경기의 마중물 역할하도록 하겠다고 했음에도 추경 세출 5조원보다 훨씬 많은 18조원 불용시킨 것은 국회와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성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대규모 재해, 재난사고가 없어서 발생한 기획재정부의 예비비 불용 2조원 내외를 제외하면, 국토교통부 1조6000억원, 교육부 1조원, 농어촌구조개선 3조4000억원, 교통시설 1조4000억원, 에너지및자원사업 6000억원 등이 불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