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산하 SH공사의 은평한옥마을 사업이 답보상태에 빠졌다. 비싼 땅값과 건축비 탓에 분양 실적이 저조하다. 분양 개시한 지 1년 5개월이 지났지만 미분양 토지가 전체의 72%다.

특히 SH공사가 부동산 리츠와 함께 진행하던 개발 사업 무산 뒤로는 아무 대책없이 방치돼 있다.

◆ 분양시작 1년5개월…분양률 28%에 불과

서울시는 2008년 ‘서울 한옥선언’를 발표했다. 한옥마을을 조성해 서울의 문화적 전통을 살리고 역사와 문화에 기초한 관광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였다. 10년간 예산 3700억원을 투입해 4500동을 짓는다는 계획이었다. 은평 한옥마을은 계획의 일부였다. 서울시는 2011년 은평구 진관동 3만㎡ 부지에 100여가구 규모 미래형 한옥마을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SH공사는 2012년 9월부터 이 한옥마을 땅 분양을 시작했다.

한옥마을은 당초 의도와 달리 인기를 끌지 못했다. 초기 분양한 19개 필지 중 6개만 팔렸다. 비싼 땅값이 문제였다. 분양 당시 토지 면적은 330㎡(약 100평) 이상이었다. 땅값은 3.3㎡당 700만원으로 최소 7억원이 들었다. SH공사가 추정하는 한옥 시공비는 3.3㎡당 1000만원 가량이다. 160㎡의 한옥을 지을 경우 땅값과 건축비는 총 12억원 정도다.

SH공사는 대책을 마련했다. 지난해 10월 필지를 170~332㎡로 나눠 다시 분양에 나섰다. 필지 넓이를 다양화 해 가격부담을 줄였다. 170㎡ 부지비용은 약 3억6000만원이다.

은평구 한옥마을 조감도

필지를 나눠 팔면서 부지매입 비용은 절반으로 줄었지만 분양 실적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다. 20개 필지만 분양됐다. 이로 인해 총 30필지만 주인을 찾았다. 1개 필지는 은평구청이 분양 받았다. 분양중인 토지 110필지 중 72%가 미분양이다. SH공사 관계자는 “분양 문의자들은 토지비와 시공비 합쳐 5억~10억원 든다는 설명을 듣고선 발길을 돌린다”고 말했다.

◆ 대책 없는 SH공사…서울시·은평구 “SH공사가 주관”

SH공사는 지난해 12월 한국전통문화촌 및 다나리츠와 필지 매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국전통문화촌은 한옥 운영·관리 업체다. 다나리츠는 부동산 분야 투자업체다. 두 업체는 미분양 82필지를 약 428억원에 매입해 한옥 게스트하우스 등을 개발하려 했다.

지난 1월 필지 매각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국토부가 다나리츠의 영업인가를 취소한 것이다. 다나리츠가 자금을 출자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면서 본계약은 물건너간 것이나 다름없다.

SH공사는 현재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SH공사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대책 마련을 위해 논의 중”이라며 “아직까지 대규모 토지매입을 요청한 투자자나 법인은 없다”고 말했다. 한 건축업계 관계자는 “판교 단독주택과 토지가 및 건축비가 비슷한 수준”이라며 “부동산 경기가 바닥인 상황에서 토지 가격을 낮춰 비용을 줄이지 않는 한 대규모 미분양 사태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SH공사 역시 가격이 문제라는 점은 인식하고 있었지만 토지가격을 내리지 않았다. SH공사 관계자는 “감정평가를 받은 가격이라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H공사는 지난해 3분기까지 총 19조73억6300만원의 부채를 떠안고 있다. 은평한옥마을 토지를 비롯해 자산 매각으로 부채 해결이 시급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은평한옥마을 사업은 SH공사가 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평구청도 별다른 대책은 없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SH공사가 분양 홍보 업무를 맡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