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만든 서류가 광화문 사거리에 내걸린다면?"

삼성그룹이 최근 사내(社內) 매체인 '미디어삼성'을 통해 임직원에게 새 커뮤니케이션 원칙을 소개하면서 던진 질문이다.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확산과 스마트폰의 대중화 등으로 회사의 각종 정보가 실시간(實時間)으로 외부에도 나돌 수 있게 되면서 사실상 '비밀'이 사라진 경영 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물은 것이다.

삼성은 '내부 문서'를 만들 때 '외부로 공개돼도 법적·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하고 오해나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정했다. '언론의 우군화(友軍化)'처럼 사회적으로 거부감을 초래할 수 있는 표현은 물론, 담합을 연상시킬 수 있는 '가격' '의견 교환' 같은 단어도 내부 문건에 쓰지 않도록 했다. 삼성 관계자는 "임직원들이 외부로 보낸 업무용 이메일에 금칙어(禁則語)가 하나라도 포함될 경우, 자동 반송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내부 문서·이메일 표현, 협력업체 미팅도 '투명성'

'발가벗겨진 것처럼 소통한다'는 의미의 '누드(nude) 커뮤니케이션'이 재계의 새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직원들 성향을 분류한 문건에서 '문제사원(MJ)' '관심사원(KS)' 같은 내부 용어를 써온 사실이 공개돼 파문을 일으켰던 이마트는 최근 내부 문건 작성 때 문제가 될 만한 관련 표현 사용을 금지했다. 또 바이어가 협력업체 관계자를 만날 때 서울 성수동 본사 6층 상담실에서 공개 미팅을 갖도록 의무화했다. 상담실 밖에 설치된 모니터에는 "○○○ 바이어가 00시에 ××× 사장을 만난다"는 내용이 실시간으로 뜬다. 이마트 관계자는 "협력업체와의 투명한 만남을 위해 이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SK플래닛이 협력업체 임직원과 캠핑장에서 친목을 다지고 사업 계획도 얘기하는 행사를 지난해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SK플래닛은 협력업체가 대금 결제를 요청하면 이메일을 통해 '회계팀 결재 중', '재무팀 승인 중' 등 단계별로 협력업체에 알려주고 있다.

컨설팅 기업인 스트래티지샐러드의 정용민 대표는 "수많은 경로를 통해 경영 관련 정보가 퍼지면서 기업은 '투명한 어항 속 물고기' 같은 존재가 됐다"며 "투명성·진정성·윤리성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부각되면서 '누드 커뮤니케이션'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위기時 빨리 사과하라"

'잘못이 있을 경우에는 신속하게 사과(謝過)하고 거짓 없이 밝혀야 한다'는 것도 누드 커뮤니케이션의 또 다른 핵심이다.

한국화이자는 'SNS 이용 내부 지침'에서 "SNS 사용자들이 사실이 아닌 내용을 전달할 경우 철저히 사실에 근거한 정보로 신속하게 대응하고 블로그 포스팅도 48시간 내에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고 규정했다.

작년 봄 영업직원의 폭언과 밀어내기 등 불공정 거래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SNS를 통해 일파만파로 퍼졌을 때, 거짓 변명과 외면으로 일관했다가 문제를 더 악화시켰던 남양유업과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도에서다. 위기관리 컨설팅업체 더랩에이치의 김호 대표는 "기업들이 '투명성'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며 "자사의 강점에 대해서는 물론 실수나 잘못에 대해서도 투명성을 극대화해 신뢰를 얻는 동시에, 틀린 정보는 신속하게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