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에서 사람의 AI 감염 사실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초점은 '인체 감염'이란 표현의 해석을 둘러싼 시각차에 있다.
발단은 질병관리본부가 지난달 17일 올린 홈페이지 첫 화면에서 비롯됐다. 질병관리본부는 홈페이지 첫 화면에 "현재 유행하고 있는 H5N8형 AI가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킨 사실이 없다"면서 "국내에서는 2003년 이후 4차례 발생했던 H5N1형 AI에서도 인체 감염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고병원성인 H5N1는 H7N9형과 함께 사람에게 감염되면서 목숨을 앗아간 AI의 변종 바이러스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8년전인 2006년에는 국내에서 AI가 유행하던 2003년 12월과 2004년 3월까지 닭 오리 등 가금류 도살처분에 참여했던 군인과 공무원등 318명의 혈청으로 AI변종 바이러스인 H5N1 항체검사를 실시한 결과 4명이 국내에선 처음으로 양성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병을 일으키는 항원인 H와 N이 조합을 이룬다. 항체는 이들 항원이 체내에 들어가 면역체계와 싸우다 남는 결과물로, 항체가 발견됐다는 것은 해당 바이러스가 몸에 침입했고 몸이 이를 이겨냈다는 뜻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또 2006년부터 2007년 살처분에 참여한 참여자들 가운데서도 H5N1 항체를 보유한 6명을 추가 확인했다.
하지만 이들 양성반응자들은 AI 바이러스에 감염은 됐지만, 증상은 나타나지 않아 '무증상 감염자'로 분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측은 이들 양성반응자를 제외한 이유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환자 기준에 따르지 않아 감염자에서 제외시켰다"고 밝혔다.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은 사실이지만 항체는 추가 감염을 일으킬 위험이 없기 때문에 제외했다는 것이다.
WHO는 AI 인체감염증 의심환자는 38도 이상의 발열을 동반한 기침, 숨가뿜, 호흡 곤란 등 급성 하기도성 감염 증상을 보이고 7일전에 의심환자나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오염된 환경에 대한 노출된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이들 10명의 환자는 바이러스에 노출됐지만 발열 증상 등 감염에 따른 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환자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질병관리본부측은 국내에 AI환자가 없었다고 해야했지만 국내에 인체감염 환자가 없다고 하면서 오해의 불씨를 키운 셈이 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앞서 2008년에도 국내에 AI감염사례가 없다는 발표를 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는 단순히 AI 항체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은 WHO가 정한 AI 인체감염 정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WHO는 가금류와 접촉한 뒤 급성호흡기증상을 보이는 환자에서 AI바이러스가 검출됐거나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온 경우, 기준 항체보다 4배 이상의 항체가 생성된 경우 가운데 한가지 이상 증상이 나타난 경우 AI에 감염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감염도 증상이 전제로 돼야 하는데 증상이 발견되지 않아 인체 감염으로 규정할 수 없다는게 질병관리본부측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일반인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용어로 혼란을 준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정확한 정보를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