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청담동 빌딩 값이 들썩이고 있다. 인근 가로수길·세로수길 상권과 달리 청담동에는 고급 명품 브랜드 위주로 새 상점과 건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신세계, 삼성생명 등 대기업이 건물을 잇달아 매입하고 있다.

◆ 청담동으로 몰리는 대기업들

청담동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곳은 신세계그룹이다. 우선 ㈜신세계는 청담동 97-5번지와 97-24번지에 지하 4층 지상 15층 연면적(바닥 넓이 합) 1만3969㎡(4225평) 규모의 빌딩을 신축 중이다. ㈜신세계는 2010년 4월 715억원을 들여 해당 부지를 매입했다. 해당 건물은 향후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이 임대해 일부는 본사 사옥으로, 일부는 판매 매장 등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새 사옥 현장 모습

신세계그룹은 이외에도 청담동에 이명희 회장 및 계열사 명의로 부동산 20건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이 빌딩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청담동 78-9·10번지 등 총 9건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알마니, 디젤, 갭, 바나나리퍼블릭, 지방시, 돌체앤가바나, 어그, VOV 등의 해외 브랜드를 수입해 판매하는 회사다.

㈜신세계는 청담동 99-12번지를, 신세계백화점은 청담동 99-16번지 등을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 이명희 회장은 청담동에만 5건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자녀인 정용진·정유경 회장 역시 1개의 건물을 갖고 있다.

한 빌딩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유통과 패션을 주로 하다 보니 고급 브랜드가 많은 청담동 일대 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삼성그룹에서도 청담동에 대규모 업무·판매 시설을 신축 중이다. 삼성생명(032830)은 지난 2012년 청담동 3번지 외 10필지를 매입했다. 현재 해당 부지에는 지하 8층, 지상 16층 연면적 4만3941㎡(1만3292평) 규모의 건물 개발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용도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빌딩업계 관계자는 "청담동에서 신세계의 영향력이 커지다 보니 삼성쪽에서도 판매 시설 등 용도로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보유 부지 모습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역시 청담동 78-6번지를 비롯해 79-15번지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 79-15번지에는 지난 2010년 이 회장의 딸인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당시 전무)이 명품 브랜드 토리버치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어 화제가 된 바 있다.

대상그룹 임세령 상무도 청담동 85번지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부지는 현재 새로운 건물이 신축 중이다. 임 상무는 2010년 패션 사업을 열기 위해 건물을 매입해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명품 브랜드인 크리스찬 디올은 청담동 98-3번지 외 3필지를 합쳐 패션 매장을 신축하고 있다. 지하 4층, 지상 5층 규모로 연면적은 4408㎡ 규모다. 버버리 역시 청담동 98-8번지 일대에 지하 2층 지상 10층 규모 연면적 3995㎡의 판매시설을 신축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를 공식수입 판매하는 한성자동차의 계열사인 한성인베스트는 청담동에 지하 7층 지상 16층 연면적 2만2160㎡(6703평) 규모 건물을 개발 중이다. 한성인베스트는 2011년 3월 청담동 2-14번지와 2-20번지 토지를 950억원에 매입했다. 한성인베스트 홍보대행 관계자는 "한성인베스트는 한성자동차의 전시장 및 각종 부동산 사업을 담당하는 관계사"라며 "아직 구체적인 용도는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청담동 85-4번지 디자이너클럽은 관광호텔로 용도를 변경해 증축할 예정이다. 또 청담동 91-2번지에도 호텔이 신축될 계획이다. 매일유업도 청담동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청담동 버버리 매장

대기업 뿐만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도 150억원 전후의 청담동 빌딩을 사들이고 있다. 알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150억원 이하 중소형빌딩은 총 6건이 거래됐는데 개인 투자자가 5건이었다.

◆ 가로수길과 다른 명품 거리 이미지…중국 시장 공략 위한 전략 분석도

대기업뿐만 아니라 개인들까지 나서서 청담동 건물들을 신규로 매입해 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빌딩업계 관계자는 "가로수·세로수길과 달리 청담동은 고급 명품 위주로 이미 매장들이 많이 조성돼 있어서 브랜드 파워를 키우고자 하는 업체들이 많이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압구정로데오역에서 청담사거리로 이어지는 청담동 명품거리에는 까르띠에, 페레가모, 콴펜, 프라다, 듀퐁, 보스, 구찌, 루이비통, 지방시 등의 고급 브랜드 매장이 즐비하다.

중국 패션 시장을 겨냥해 대기업과 명품업체들의 투자가 이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빌딩정보업체 알코리아 황종선 대표는 "청담동에는 SM엔터테인먼트, JYP 등 연예 기획사가 있어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여기에 고급브랜드까지 몰려있어 이미지 상승효과도 무시 못한다"고 말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중국 명품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시장이 됐다"라며 "어떤 브랜드가 청담동에 매장을 가지고 있더라는 입소문이 중국 현지에서 나돌 정도다"고 말했다.

◆ 큰손들의 빌딩 사랑에 당분간 가격 상승세 이어질 듯

청담동 빌딩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빌딩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청담동 빌딩에 대한 수요가 지속하면서 빌딩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신세계 이외에도 패션 관련 대기업들이 들어오기 위해 건물을 물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대로변 땅값이 평당 2억~3억원을 호가하는 등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종선 대표는 "강남구청이 한류 거리를 조성하고 있고 상권 확장으로 인해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