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구글이 '특허 동맹'을 맺었다. 휴대전화 단말기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결합해 스마트폰 시장을 제패한 두 회사가 협력을 한층 강화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긴밀한 협력 관계이면서도 긴장감이 흐르던 두 회사의 결속을 강화하는 동시에, '공동의 적' 애플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27일 구글과 광범위한 크로스 라이선스(Cross License·특허 공유)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공유하는 특허의 종류·범위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기존 특허뿐 아니라 앞으로 10년간 출원하는 특허도 포괄적으로 공유한다고 밝혔다.

내부 결속 강화한 삼성전자·구글

삼성전자는 2006년 이후 미국 특허 등록 숫자에서 IBM에 이어 7년째 2위다. 보유 특허도 10만여개에 달한다. 특히 최신 이동통신 기술에 강하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아이피엠(TechIPm)은 미국 특허청에 등록된 LTE(4세대 이동통신) 특허 중 23%를 삼성전자가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글은 모바일 운영체제의 최강자다. 전 세계에서 출시되는 스마트폰의 80% 이상이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하고 있다. 구글의 보유 특허는 5만여건. 숫자로는 삼성전자의 절반 정도이지만 모바일 OS 등 소프트웨어에 강하다.

이번 특허 공유 계약은 양사가 '운명 공동체' 수준으로 결속을 강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와 구글은 친구이면서 적인 미묘한 관계였다. 서로 스마트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협력해왔지만 한편으로는 경쟁하는 측면도 있었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타이젠(tizen)'과 같은 대체 OS 개발을 계속 추진해왔다. 구글은 휴대전화 제조사 모토롤라를 인수하며 독자 하드웨어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번 계약으로 양사는 일단 수면 밑에 잠복해 있던 긴장 관계에서 벗어나 한층 협력을 강화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IT 전문매체 지디넷(ZDNet)은 "삼성전자가 없는 안드로이드 진영은 약골들로만 이루어진 축구팀"이라고 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양사가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외부적으로는 애플을 겨냥한 견제구

IT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이 외부적으로는 '애플을 향해 날린 화살'이라고 평가한다. 삼성전자는 2011년 이후 애플과 치열한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는 애플과 삼성전자의 싸움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애플과 안드로이드 진영 전체의 대결이다. 애플이 "우리 기술을 베낀 것"이라고 주장하는 삼성전자 제품의 기능들은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다른 회사 스마트폰에도 똑같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애플로서는 안드로이드의 대표선수 격인 삼성전자를 공격해 안드로이드 연합군 전체를 견제하고 있는 것이다.

외신들이나 해외 IT 전문 매체들은 이번 계약을 통해 삼성전자와 구글이 특허 소송에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안드로이드 진영 제조사들을 상대로 제기되는 특허 분쟁을 방어하려는 삼성전자·구글의 전략에 이번 계약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계약에는 장기적으로 '스마트폰 이후' IT 시장에 대비하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
두 회사 모두 사물인터넷(모든 기기를 통신으로 연결해 정보를 주고받게 하는 기술), 웨어러블(wearable·몸에 걸치는) 컴퓨터 등 차세대 IT 기술을 미래의 먹을거리로 보고 있다. 새로운 시장을 잡기 위해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구글은 하드웨어 관련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계약은 서로에게 기술을 개방하는 동시에 '안전장치'의 역할도 할 수 있다. 삼성전자 IP(지식재산권)센터장 안승호 부사장은 "이번 계약은 경쟁보다는 협력이 더 빨리 발전하는 길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구글의 엘렌 로 특허담당 고문은 "협력을 통해 소송 위험을 줄이고 혁신에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크로스 라이선스(Cross License)

기업 간 특허를 공유하는 계약. 대상이 되는 특허는 이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외부의 특허 공격에 대비한 방어 수단의 효과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