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10월 서울 마포구 상암동. 당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관계자 1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DMC 랜드마크 빌딩(서울라이트타워)의 기공식이 열렸다.
오케스트라 퍼포먼스로 시작된 이날 기공식은 오 전 시장 축사, 발파 세레모니, 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사회자가 매인 행사인 발파 세레모니를 위해 '하나, 둘, 셋' 외치자, 참석자들의 환호와 박수소리가 행사장에 울려 퍼졌다.
오 전 시장은 이 자리에서 초고층빌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DMC 랜드마크빌딩을 시작으로 서울을 상징할 빌딩을 곳곳에 세워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서울에는 서울라이트타워와 용산역세권 111층 랜드마크 빌딩, 현대차그룹 뚝섬 빌딩, 제2롯데월드, 세운상가 부지 빌딩 등 100층이 넘는 초고층 빌딩이 동시다발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14년. 당시 계획되던 초고층 빌딩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아쉽게도 오 전 시장의 바람과 달리 서울 곳곳에 들어선다는 초고층 빌딩은 대부분 무산됐다.
◆ 서울 마천루 사업 줄줄이 무산
서울 라이트타워는 시행사와 서울시가 사업 규모를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지난해 전면 백지화됐다. 부동산 경기 악화 때문이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7년여간 추진했던 뚝섬 110층 초고층 빌딩 건설 계획도 사상실 무산됐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뚝섬 인근의 옛 삼표레미콘 부지에 약 2조원을 투자, 110층 규모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짓는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부동산경기 침체로 외부 투자 유치가 어려워졌다. 또 지난해 서울시가 도심과 부도심에만 50층 이상의 빌딩을 지을 수 있도록 제한하는 규제안을 발표하면서 인허가가 지연됐다.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111층짜리 랜드마크 빌딩도 물거품이 됐다. 경기 침체로 투자비 회수가 어려웠던 사업 구조가 문제였다. 결국 사업비를 두고 최대주주인 코레일과 민간출자사 간 협상이 난항을 보이면서 최종 무산됐다.
세운상가 일대에 추진했던 220층(960m)빌딩 건립계획은 진작에 무산됐다. 서울시가 4대 문안의 도심부 초고층 건축을 제한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 유일하게 남은 제2롯데월드도 우여곡절
현재 유일하게 서울에서 진행되는 초고층빌딩은 잠실 제2롯데월드(롯데월드타워)다. 제2롯데월드는 지상 123층 건물 1개 동과 10층 안팎의 7개 동으로 구성됐다.
제2롯데월드 역시 사업 진행이 쉽지 않았다. 사업 초기부터 서울공항 인근에 있다는 입지 문제가 불거졌다. 이후 타워 기둥 균열, 근로자 사고 등이 발생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삼성동 아이파크 헬기 충돌 등으로 제2롯데월드 층수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갖가지 난관에도 불구 제2롯데월드 사업이 진행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미 무산된 다른 초고층빌딩과 사업 구조가 다르다는 특성 때문이다. 롯데그룹의 전폭적인 지원과 신격호 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현재 70층가량 공사가 진행된 상태다.
그러나 5월 저층부 조기개장은 교통과 안전문제 이슈가 발생하면서 쉽지 않다. 현재 답보상태인 탄천변 동측도로 확장공사와 올림픽대로 하부 미연결구간 도로개설 등 주요 교통개선사업이 이뤄지지 않았다.
◆ 사업 진행 어려운 초고층빌딩
전문가들은 100층이 넘은 초고층빌딩은 다른 사업보다 걸림돌이 많다고 지적한다.
우선 경제성에 문제가 있다. 까다로운 기술은 물론 100층 이상 빌딩 건축비는 일반 건축물의 3~4배를 넘는다. 건축물 안전 확보도 큰 난관이다. 또 초고층 빌딩은 지진보다 바람에 더 민감하다. 이 때문에 초고층빌딩은 계속해서 설계와 구조를 바꾸게 된다.
김도년 성균관 건축학과 학과장은 "초고층 빌딩은 경제적 타당성 측면에서 시공비를 감안하면 효과적인 건물이 아니다"며 "국내에서 진행되는 초고층빌딩은 사업성보다 건물의 상징성 측면에서 진행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수요 부족도 원인이다. 현재 경기가 좋지 못해 초고층빌딩을 채울 수요가 부족하다. 이 때문에 인천 등 서울 이외에서 진행되는 초고층 빌딩 사업도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인천은 송도에 151층 인천타워가 계획돼 있다. 부산은 101층 규모의 해운대관광리조트 사업이 진행중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뚝섬이나 용산 개발이 무산된 것도 다른 이유보다는 대규모의 상업용, 주거용 공간에 대한 시장 수요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서울도 수요가 부족한데 인천이나 다른 지역의 초고층 빌딩은 진행되기 더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