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월드컵의 영웅'인 거스 히딩크 감독이 최근 한국을 찾았다. 히딩크 감독은 원래 오른쪽 무릎 관절이 안좋았는데, 국내 한 기업의 줄기세포 치료제를 투여하기 위해 직접 한국을 방문한 것이다. 바로 국내 강소기업 '메디포스트'의 줄기세포 치료제인 '카티스템'이다. 카티스템은 퇴행성 혹은 반복적 외상으로 인한 골관절염 환자의 무릎 연골을 재생해주는 줄기세포 치료제다.

메디포스트는 제대혈 유래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제 연구 개발 분야에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제대혈이란 여성이 출산할때 태아와 태반을 연결하는 탯줄 속에 흐르는 탯줄혈액을 뜻한다. 이 안에는 연골과 뼈, 근육, 신경 등을 만드는 줄기세포가 들어 있어 의료가치가 높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메디포스트는 골관절염뿐만 아니라 치매, 폐질환, 뇌졸중 등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는 줄기세포로도 연구영역을 넓히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

"병원에 근무하면서 백혈병, 소아암 등 많은 난치병 환자들이 골수 기증자를 찾지 못해 결국 사망에 이르는 걸 많이 봤습니다. 이들에게 골수가 아닌 제대혈을 이식해주면 좋을 텐데, 막상 제대혈을 보관해 놓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죠. 외국에서는 병원 안에 제대혈 줄기세포를 많이 보관해두는데, 우리나라에도 이런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확신하게 됐습니다."

◆ 제대혈의 중요성에 확신해 창업

메디포스트를 창업한 양윤선(50) 대표는 엘리트 의사 출신이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삼성서울병원에서 근무하던 양 대표는 제대혈 줄기세포를 보고, 안정적인 의사직을 박차고 나와 회사를 세웠다. 병원 안에서는 제대혈을 초저온 상태로 보관해두는 '제대혈 은행'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기 어렵겠다고 판단, 직접 회사를 만든 것이다. 때는 닷컴 열풍으로 창업 붐이 극에 달했던, 그리고 끝물이 가까워오던 2000년 6월쯤이었다.

이 회사는 현재 창업 13여년 만에 매출액 278억원(2013년 9월 기준), 임직원 160여명의 회사로 성장했다. 코스닥시장에 상장한지도 10년이 흘렀다. 메디포스트의 제대혈 은행 '셀트리(Celtree)'에는 현재 제대혈 16만건 이상이 보관돼 있다.

"기업이라는 것이 돈을 버는 영리적 목적도 있지만, 사회적 목적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이 돈을 벌어서 사회에 공헌을 할 수도 있지만, 기업이 사람을 고칠 수 있는 약을 만드는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기 마련인데, 병원에서 일하다 보니 어떤 사람은 참 허망하게 죽고 어떤 사람은 금방 죽을 것 같지만 참 끈질기게 산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저도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위해 좀더 베풀고 스스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길을 걷고 싶었죠."

◆ 무작정 시작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

그는 아무것도 모른채 사업을 시작해 창업초기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평소 두루두루 친하게 지냈던 다양한 지인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었던 동문들과 학회 선배들로부터 엔젤 투자를 받아 총 13억5000만원을 모았고, 이 돈으로 연구실을 얻고 장비를 사고 인력을 구하는데 썼다.

양 대표는 줄기세포 연구비를 아끼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의 국책 과제에 응모, 덜컥 과제에 선정되며 회사를 키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좀더 책임감을 갖고 연구개발에 매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때 개발된 치료제가 바로 카티스템이다. 이 약은 약 5년이 넘는 식약청의 임상시험을 거치는 등 개발기간 11년간 270억원이 투입됐다. 지난 2012년부터 실제 골관절염 환자들에게 널리 쓰이고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시련도 적지 않았다. 양 대표는 무엇보다 제대혈 줄기세포 기술을 못믿는 이들이 많았다고 손을 저었다. 그는 "너무 과학적인 내용이다 보니까 언론에서 실제 기술력에 대해 의심도 많았고 경쟁사들간에 비방도 거셌다"면서 "당시 황우석 사태가 터지면서 줄기세포 보관 주문이 단체로 취소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순식간에 매출도 뚝 끓겼고 투자자들도 떠났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메디포스트는 기술개발을 멈추지 않았다. 덕분에 카티스템뿐만 아니라 조혈모세포 생착 촉진제 '프로모스템', 폐질환 치료제 '뉴모스템', 치매 치료제 '뉴로스템' 등을 꾸준히 개발하며 성과를 올렸다. 임산부와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영양전문브랜드 '모비타'를 통해 다양한 건강기능식품을 선보이고 피부 노화방지와 주름 개선 기능 화장품 브랜드 '셀로니아'도 출시했다.

그는 "별로 철저히 준비하는 성격은 아니고 그때그때 앞에 주어진 것을 계속 시도하기 위해 노렸했다"면서 "잘 안된 적도 많았는데, 실패라 생각하지 않고 바로 틀어서 다른 길을 갔다"고 설명했다.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


지속가능한 기업 꿈꿔

"결국 사업은 내 재미로 하는게 아니라, 지속가능 여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회사가 망하지 않고 좋은 평판을 갖는 것이 꿈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눈앞의 화려한 유혹을 떨쳐내야할 때가 많습니다. 이 회사는 정말 건전하고 착실하게 줄기세포를 연구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조해나간다는 평을 듣고 싶습니다."

현재 메디포스트는 2000년대 이후 보기 드물게 장수하는 바이오기업으로 손꼽힌다. 양 대표는 무엇보다 바이오산업의 본질적인 가치를 믿고 오랜 기간 매달려 기회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이오산업 특성상 이미 해외기업들이 다 시장을 잡고 있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그들을 이기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올해 메디포스트는 제대혈 줄기세포를 이용한 화장품 산업에서 성과를 내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화장품 부문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다. 폐질환 치료제 뉴모스템은 올 하반기에 미국 식약청의 임상 승인을 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치매 치료제 뉴로스템은 현재 국내에서 임상실험을 진행 중인데, 내년에 미국 식약청 임상 승인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뉴모스템은 2017년 정도, 뉴로스템은 2019~2020년쯤 국내에 출시될 예정.

현재 미국에서 임상을 진행 중인 카티스템은 연내 홍콩 허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호주와 캐나다, 싱가포르, 뉴질랜드, 중국, 인도, 일본 등 폭넓은 해외 진출도 시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