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콤플렉스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연구센터(김한권, 김민정), 한국경제신문사 특별기획팀(노경목, 남윤선) 지음 ㅣ아산정책연구원ㅣ216쪽ㅣ1만5000원

중국 상하이에 있는 의류업체 '크라이더'에서는 디자인과 마케팅 업무는 한국인이, 법무와 회계 및 생산분야는 중국인 직원이 맡고 있다. 몇 년 전까지 이런 형태의 회사라면 주인은 당연히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를 활용하기 위해 진출한 한국인이었겠지만 이 회사의 주인은 중국인이다.

그동안 중국은 해외자본과 기술에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시장이었지만 이제는 자본력을 갖추고 철강, 조선, 전자와 같은 분야에서도 품질과 기술력으로 한국 기업을 위협하는 존재로 떠오르고 있다. 화웨이, 레노버 등 스마트폰과 PC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힘이 커지면서 이제 삼성과 LG 같은 우리 대기업에게조차 중국 업체는 힘 없는 '을(乙)'이 아니라 '갑(甲)'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에 열등감을 가진다는 뜻의 '차이나 콤플렉스'가 부활할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중국은 120년 전까지만 해도 긴 세월 동안 한반도에 막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한동안 서구 열강에 밀려나 있었지만 한·중 수교 20여년 만에 이번엔 경제·산업 분야에서 한국을 위협하는 존재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거주 한국인 기업인 100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한국 기업의 기술력은 3년 내에 중국에게 따라잡힐 것(45%)인 반면 한국 기업은 중국을 대체할 시장이 없어(46%) 한국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90%)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중국은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과 자본을 결합해 철강, 자동차, 시멘트 등의 분야에서 성장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들 분야는 우리 산업의 주력 분야와 겹친다.

중국에 대한 우리의 관점은 아직 120년보다 더 이전, 고대 황제가 통치하는 봉건제국시기 혹은 경제개방 직후의 '싸게 부릴 수 있는 인력이 있는 곳'이자 물질적, 문화적으로 뒤떨어지는 국가 정도의 단편적 이미지에 머물러 있다. 저자들은 120년 간 한국이 잊고 있던 중국에 대한 정치적 굴욕감이 이제 중국의 경제성장을 통해 되살아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책은 총 6장으로 나뉘어 1·2장에서는 중국이 어떻게 우리 경제에 위협이 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중국은 점차 우리 기업이 강한 분야를 잠식하는 동시에 우리 기업의 유망한 시장이 되어주지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연 8% 수준의 고성장세가 점차 둔화되기 때문이다. 3·4·5장에서는 경제, 정치, 외교 분야에서 중국이 정치 개혁, 국영기업 중심의 경제구조 재편, 부패와 빈부격차 해소와 같은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중국 내수시장 경제구조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를 전망해본다.

6장에서는 한국 경제가 중국을 대하는 전략방향을 모색해본다. 향후 시진핑 10년 간 중국 경제 구조가 재조정되는 과정에서 중국은 분명 우리 경제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더 높지만 아직 자체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마케팅, 브랜딩, IT 융·복합, 문화산업 등 다양한 길이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새로운 중국'을 이해하고 싶은 모든 사람에게 추천한다. 공동저자인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연구센터 김한권 센터장, 김민정 연구원과 한국경제신문사 특별기획팀 노경목, 남윤선 기자가 국내외 중국학자 및 전문가 50여명을 인터뷰하고 직접 베이징, 상하이, 다롄 등 대도시는 물론 광저우, 충칭, 우루무치 등 중서부 중소도시를 방문해 얻어낸 생생한 기록이 담겨 있다. 우리는 중국이 우리에게 '콤플렉스'를 안기도록 두느냐, 아니면 바뀐 중국을 직시하고 이들을 현명하게 활용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