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 금리를 2.5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다양한 반응 속에서, 주목할 것은 증권 업계였다. 지난해 말부터 기준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아니 더 정확하게는 '인하돼야 한다'는 보고서를 증권사들이 쏟아내 왔기 때문이다.

증권 업계가 금리 인하를 반기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수록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다는 것인데, 최근 저금리 상황에서 거래대금이 감소하며 이 논리는 설 자리를 잃었다. 신한금융투자가 지난 8일 '금리 인하가 필요한 이유'라는 보고서를 내놓으며 "은행 예금 금리가 너무 높아 1000조원 가량이 은행에서 잠을 자고 있다"는 조금은 이해하기 힘든 주장을 한 것도 '저금리=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일정 부분 깨져버린 탓이 컸다.

진짜 이유는 금리 인하가 이들의 실적과 고스란히 연결돼 있다는데서 찾을 수 있다. 금리 변동이 당장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 보유액의 가치를 변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62개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 보유액은 130조원 가량이었다. 특히 삼성증권, KDB대우증권, 현대증권, 한국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대형 5개사들이 보유한 채권만 60조원에 이른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평가액은 그만큼 높아진다. 채권을 많이 보유한 증권사 일수록 앉아서 얻는 이익도 커지는 셈이다. 증권사 총 자산에서 유가증권이 차지하는 비율이 60% 가량이고 그 중 채권이 70%를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리 인하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이런 이유로 증권 업계는 매월 금통위가 열리기 전 이런 주장을 되풀이 해왔다. 이번에도 '금리 인하의 필요성, 금리 방향성 전환 신호탄, 금리가 키(key)'등 금리 인하를 전망하거나 주장하는 보고서들이 쏟아졌다. 대부분 금리 인하가 우리 경제에 좋은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라는 내용이 빼곡하게 기술돼 있었다. 이번에는 외국계인 골드만삭스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고한데다 새누리당에서도 획기적인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등의 지원사격을 하는 등 여러가지 새로운 상황을 등에 업긴 했지만, 지난해에는 경제 상황과 관계 없이 홀로 금리 인하 주장만 앞세운 적도 많았다.

이에 일부 금융권 관계자들은 증권사 보고서의 무용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금리 결정은 주식시장 뿐 아니라 은행의 예대마진이나 보험사의 수익성 등 금융권 전체의 희비와 관련된 일인데, 증권사들의 잘못된 전망이 금융권 전체의 시야에 방해물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이나 국책 기관의 관계자 심지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개인 소셜네트워크 페이지를 방문하면 이런 불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중 은행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전망'이 아닌 '희망' 보고서를 내놓는 덕에 증권사 보고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이것이 결국 우리 정보 주권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