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새해 예산안에서 당초 경찰서, 세무서를 지을 때 민자를 도입할 수 있도록 예산에 반영했지만 전액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새해 예산안의 '2014년도 임대형 민자사업 (BTL) 한도액안'을 보면 정부가 경찰서 5개, 세무서 3개 등을 민자로 신·증축하기 위해 반영했던 예산 2125억원이 전액 삭감됐다. 이에 따라 BTL 한도액안은 총 7062억원에서 4937억원으로 30% 감소했다.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은 민자 도입의 근거가 되는 법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현행 법상 민간 투자가 가능한 시설은 도로ㆍ철도ㆍ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 시설과 도서관ㆍ미술관ㆍ체육관 등 문화 시설, 국방ㆍ군사 시설 등 총 48개로 제한돼 있다.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민간 투자 대상 시설에 공공청사를 추가하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개정안'을 제출했지만 민주당의 반대로 좌초됐다.
이에 따라 제주지방경찰청을 포함해 서울용산ㆍ경북의성ㆍ강원정선 경찰서, 중앙경찰학교 생활관 및 다목적 체육관 등 경찰청 시설 신ㆍ증축과 서대문ㆍ동대문ㆍ대전 세무서 등 국세청 시설 신축은 연내 추진이 불가능하게 됐다. 송도컨벤시아 2단계, 경북대ㆍ인천대ㆍ순천대 등에 대한 민자 사업은 예정대로 추진된다.
민주당은 민자사업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제도와 같은 정책 실패 사례를 들며 민자사업 시설 확대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공시설을 건설할 때 예산으로 부담하지 않고 민간 자본을 유치하면 정부가 장기간 임대료를 지급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는 점도 반대 이유로 꼽힌다.
아직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는데도 정부가 예산을 짜서 올린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법 개정 이전에 예산을 집행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며 "현행 법에서는 공공청사는 민간 투자를 통한 조기 확충의 필요성이 적고, 지나친 사업의 남발을 막기 위해 민간투자 대상 시설 범위에서 제외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재정의 역할을 보완하고 민간 투자를 활성하기 위해 법 개정을 지속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달 경제정책방향에서도 BTL 제도 개선을 통해 민간 투자를 활성화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법 개정안은 기재위 법안소위에서 추후 논의를 지속하기로 해 2월 임시 국회에서 처리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공공청사 신축이나 개보수와 관련해 민자를 도입하면 민간 사업자가 수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비용(정부가 내는 임대료)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이는 다른 재정 규율 장치로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지난해 민자 대상 시설에 공공청사를 추가하는 법 개정안을 두 차례에 걸쳐 검토한 결과 "예비타당성 조사에 준하는 사전 점검 장치를 마련하면 사업 남발 등의 부작용을 통제할수 있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