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중구 수표동 시그니쳐타워 17층에 자리한 동양매직 마케팅전략본부는 하루종일 숙연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현재현(65) 동양그룹 회장의 장녀 현정담(37) 동양매직 마케팅전략본부장(상무)이 7년여 회사생활을 끝내고 자리 정리를 위해 마지막으로 출근했기 때문이다.

이날 동양매직 사내에서는 현 상무의 퇴진을 두고 "매각 전에는 어차피 해결돼야 할 문제였다"와 "성실하게 일했고 좋은 성과를 낸 현 상무가 오너 일가라는 이유로 퇴진하는 것은 동양매직에 손해"라는 의견이 분분하게 이어졌다.

현 상무는 '낙하산' 이미지보다는 회사 일에만 전념한 '일 벌레' 이미지가 강했다. 현 상무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심리학과 경제학을 복수 전공한 뒤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마친 재원이다. 2006년 10월 29세에 동양매직에 차장으로 입사해 1년만에 마케팅실 실장(부장), 2009년 1월 임원(상무보), 2010년 12월 마케팅전략본부장까지 초고속 승진했다.

현 상무가 마케팅과 디자인 업무를 맡으면서 동양매직은 실적 개선과 함께 국내외 디자인 상을 수상하며 젊고 감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마케팅전략본부 내에서도 현 상무는 부장단 포함 부하 직원에게 상당한 신임을 얻었다고 한다. 특히 본부장 자리에 있으면서도 오너 일가답지 않게 연배 높은 부장단에게 깍듯하게 예의를 차린 것으로 유명하다.

현 회장이 기업어음 사기 판매와 경영 부실 논란으로 비난을 받자 현 상무도 자리지키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현 상무의 퇴임 뒤 거취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임직원 '전원 사표' 사태는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정성수 ㈜동양 법정관리인이 지난달 이석원 동양매직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퇴진시키려하자 회사 임직원이 전원 사표까지 제출하며 반발했다. 법원 중재로 갈등이 봉합되면서 회사 분위기는 안정을 되찾고 있다. 동양매직 관계자는 "회사 실적이 사상최대치인데다 매각의 걸림돌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어 적정 가격을 제시할 인수자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