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536쪽 │ 1만8000원

한권으로 읽는 대한민국 대통령실록

우리나라는 1948년 정부 설립 이후 현재까지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다. 반세기를 지나 11명의 대통령이 있었고,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사회적 향방이 크게 달라졌다. 역사는 한 사람의 힘으로 굴러가진 않지만 대한민국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이들은 바로 대통령이다.

밀리언셀러인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등 역사 시리즈를 통해 많은 인기를 끌었던 저자 박영규는 ‘한권으로 읽는 대한민국 대통령실록’을 통해 “대통령은 한 시기를 상징하는 존재”라며 “대통령에 대한 이해는 단순히 개인에 대한 이해를 넘어 한 시대를 이해하는 토대가 된다”고 단언한다. 수많은 이들 가운데 왜 그가 대통령이 되었고, 그들은 대통령의 무게를 어떻게 감당했는지가 현대사를 이해하는 핵심이 된다는 의미다.

이 책은 지난해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을 제외한 10명의 전직 대통령의 행적을 중심으로 현대사를 서술했다. 출생부터 성장, 당선과 퇴임까지 각 대통령에 대한 총체적인 서술을 통해 그들의 선택을 이해하려 하고 있다. 또 각 시대의 정치ㆍ외교ㆍ국방ㆍ경제ㆍ사회ㆍ문화를 움직였던 현대사의 주요 사건과 주변인물들을 통해 그리고 있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기, 6·25 등을 겪은 이승만은 국가 안정을 제1목표로 삼았지만, 자신만이 국가를 안정시킬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결국 무너졌다. 윤보선 또한 민주주의 안정을 위해 노력했지만 군사쿠데타를 방조했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박정희는 지독한 가난에 빠진 국민들을 위해 단기간에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일궈냈지만, 이를 위한 국민적 희생을 강요하면서 정치적인 암흑기를 만들었다. 전두환은 ‘정의구현 사회’를 내세우며 자신의 정당성을 내세웠다. 6월 항쟁 이후 직선제에 의해 대통령이 된 노태우는 ‘보통 사람’을 주장하며 군부 권력과 선을 그었다.

새로운 힘으로 ‘신한국’을 건설하겠다던 김영삼, 민주주의와 평화를 정착시키는 한편 경제위기 극복을 제1 과제로 설정했던 김대중, 새로운 정치 실험을 감행해 실질적 민주주의를 확보하려 했던 노무현, ‘7ㆍ4ㆍ7 공약’을 내세워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려 했던 이명박 모두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무언가를 이루고자 했다.

저자는 이들 모두 스스로가 이루고 싶은 나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그들의 목표와 달리 그림자도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때로는 개인의 욕망이기도 했지만 시대의 요구이기도 했다고 서술했다. 또 자신의 모든 행위를 ‘국가 사랑’으로 규정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민을 위해서'라는 이름으로 선택지 앞에 놓여있는 정치인들이 되짚어볼 만한 대목이다.

현재를 살고 있는 이들이 경험을 역사로 서술하는 일은 저자에게 매우 고된 일이다. 이 책은 2006년부터 무려 8년의 기간을 거쳐 올해에야 세상에 나왔다. 저자는 이들 대통령들의 선택에 대한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어려웠다고 말한다. 그는 "조선왕조를 평가하는 기준은 당시의 왕도정치와 법치국가적 통치였다"며 "이 책의 기준은 우리 헌법의 1장1조를 기준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평가가 지속적으로 축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