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제 민주화 바람에 시달렸던 재계(財界)가 올해는 환경 규제와 촉박한 시간 싸움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2015년 1월 1일부터 시행이 확정된 환경 규제 2건(화관법·화평법) 외에 새로운 규제를 담은 환경 관련 법안이 대거 국회에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들도 2015년 1월 시행을 목표로 발의돼 있어, '1년 뒤 자칫하면 고사(枯死)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과도한 규제는 경쟁력 훼손 우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대표적 환경 관련 법안은 환경오염피해구제법(새누리당 이완영 의원)과 자원순환사회촉진기본법(민주당 전병헌 의원)이다.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은 환경오염 위험이 높은 시설은 환경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원실 측은 "환경 사고는 인과관계를 개인이 증명하기 어렵고 피해자 구제에 장기간 소송을 벌여야 하는 등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신속한 구제를 위한 것"이라고 입법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안전 관리 기준 위반 등 특정 사유가 있으면 사업자가 무한 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하지만 산업계는 "현재 보험료 산정에 필수적인 화학물질의 등록과 유해성 평가가 완료되지 않았고, 보험 상품도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2015년 1월 시행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사업자의 무한 배상 책임 조항에 대해서도 "책임 사유에 대한 범위가 너무 넓어서 환경오염과 무관한 사소한 규정 위반으로도 무한 배상을 해야 할 수 있다"며 "사업자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범위를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원순환사회촉진법은 유통·소비·폐기 과정에서 효율적으로 자원을 이용하고, 폐기물량을 극소화해 이른바 '자원순환사회' 전환을 촉진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대표적 조항은 폐기물처분부담금. 소각·매립 방법으로 폐기물을 처리할 경우 기업이 폐기물처분부담금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계는 "이미 폐기물부담금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중복 규제가 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자원 순환 정책 선진국인 독일은 소각·매립 부담금이 없고, 일본은 지자체에 매립 부담금만 납부하고 있어 국제적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 경제 단체의 주장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국민 안전과 환경 보호를 위해 규제 강화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한다"면서도 "국제 기준과 비교해 지나치거나, 산업 현장의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이상적 규제는 자칫 우리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화관법·화평법은 대부분 완화

지난해 국회를 통과해 내년 1월부터 시행이 확정된 화평법(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법)과 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에도 산업계는 "과도한 조치"라며 반발해왔다. 최근 시행령을 통해 산업계의 요구가 대부분 반영됐다.

당초 화평법은 국내 기업들이 이미 제조·수입하고 있는 화학물질(연간 1t 이상)은 물론 새롭게 들여오는 모든 화학물질 정보를 정부에 보고하도록 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화학물질이 무엇이고, 위험성은 얼마나 되는지 정부가 제대로 파악하겠다는 취지다. 환경부는 "2012년 기준 국내에 유통된 화학물질은 4만3000종에 이르지만 정보가 확인된 것은 전체의 15%인 6600여종에 불과해 이런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산업계가 '신규 화학물질은 사용량과 관계없이 모두 등록해야 한다'는 조항에 반발하면서 2019년까지는 1t 이상, 2020년부터는 0.1t 이상 물질에 대해서만 등록 의무를 지우기로 변경했다.

화관법은 사업장 최대 매출액의 5%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이 최대 쟁점이다. 현행법은 최대 과징금이 3억원으로 정해져 있지만, 법이 바뀌면서 과징금 부담이 몇 배에서 많게는 수십 배까지 늘어난다는 것이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 상위 20개 업체의 영업이익률은 4.2%(2012년 기준). 매출액의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면 영업이익보다 과징금이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