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3%에 그치면서 1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1999년의 0.8% 상승률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예외적인 상황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거의 사상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2.2%를 기록한 데 이어 2년 연속으로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2.5~3.5%) 하단에 못 미쳐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일본식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내년 경기회복과 함께 물가도 다소 오를 것이고 기대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 아직 디플레이션은 아니다는 게 중론이다. 그래도 디플레이션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 14개월 연속 1%대 이하 물가, 좀 더 간다

소비자물가는 작년 11월부터 올해 12월까지 14개월 연속 1%대 이하를 기록했다. 지난 9~11월에는 0%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같은 물가 하락세는 1999년 1월부터 2000년 2월까지 14개월간 1%대 이하였던 것과 타이기록이다. 12월 물가가 1.1%였고, 내년 초에도 당분간 이같은 저물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사상 최장기간 1%대 이하 물가 신기록이 탄생할 전망이다.

올해 물가상승률 1.3%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1999년 0.8%를 기록한 적이 있으나 당시에는 1998년 달러화 대비 원화환율이 2000원에 육박하면서 물가상승률이 7.5%를 기록했다가 1999년 환율이 1200원대로 크게 떨어지면서 나타난 기저효과였다. 그러나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2.2%였고 올해는 1.3%로 더 낮아졌다. 기저효과가 아닐 뿐더러 저물가 현상이 저성장과 함께 추세적으로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 전세계적인 저물가 현상…"아직 디플레는 아니다"

올해 물가가 이례적으로 낮은 것은 원자재 가격 하락, 기상이변이 없었던 데 따른 대풍년, 원화 강세, 정부의 무상보육과 같은 복지정책 등 덕분이었다. 이렇게 많은 긍정적 요인들이 전례없이 한꺼번에 나타난 영향인 것이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투자, 소비 등 수요 부진으로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일본식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같은 저물가 현상은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이었던 글로벌 불균형, 전세계적인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은 영향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저물가도 장기화되면서 경제 활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한은은 우리나라의 경우 디플레이션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여러가지 이례적인 요인들이 한꺼번에 나타난 영향이지 일본처럼 구조적으로 디플레이션에 빠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디플레이션은 마이너스 물가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사실 물가상승률이 플러스인 상황에서 디플레이션을 언급하는 게 넌센스일 수도 있다.

◆ 그래도 일본과 이상하게 닮은 모습…디플레 경계해야

우리나라가 아직 디플레이션에 빠진 것은 아니지만 일본이 디플레이션에 빠지기 직전 모습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LG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상황이 ▲저물가가 만성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소비, 건설투자 등 구조적인 내수 부진 가능성이 있으며 ▲원화절상 우려가 크다는 점이 일본과 비슷하다며 일본의 잘못된 정책대응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경우 1970~1980년대 고물가를 겪었기 때문에 일본은행(BOJ)은 디플레이션 우려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률을 낮게 유지하려는 기존 정책방향을 크게 바꾸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은도 이같은 지적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모습니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26일 의결한 '2014년 통화신용정책 방향'에서 저금리 장기화의 부작용을 언급하는 등 전반적으로 금리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뒀지만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도 주의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당기간 물가안정목표의 하한을 하회하는 현상에 대해 주의깊게 살피겠다'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낮아져 2차 효과를 유발하면서 경제활력을 저하시킬 가능성과 글로벌 성장세 둔화 및 저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이런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점검하겠다’고 언급했다.